공정위, 시정조치 담은‘조건부 승인’ 결정사업재편 완성·포트폴리오 다각화…‘뉴한화’ 출범‘방산·에너지·조선’중심 ‘글로벌메이저’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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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그룹이 14년 만에 대우조선해양을 품고 주력사업 새판짜기에 나선다. 방위산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함과 동시에 화학‧금융 등 전통사업에서 친환경에너지와 항공우주 등 신사업으로 그룹의 무게 중심을 옮겨 ‘글로벌 메이저’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및 한화시스템 등 5개 사업자가 대우조선해양의 주식 49.3%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19일 한화가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공정위는 그간 양사 합병을 국내 함정 부품시장과 함정 시장에서 상당한 지배력을 가진 기업 간의 수직결합이라 판단,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면밀한 심사를 진행해왔다. 

    이에 따라 한화는 ▲함정 탑재장비의 견적가격을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행위 ▲상대회사의 경쟁사업자가 신고회사들에게 방위사업청을 통해 함정 탑재장비의 기술정보를 요청하였을 때 부당하게 거절하는 행위 ▲경쟁사업자로부터 취득한 영업비밀을 계열회사에게 제공하는 행위 등을 해선 안된다. 시정조치는 3년간 준수해야 하며, 매 반기 이행사항을 보고해야 한다. 

    한화는 사업보국의 창업이념에 따라 결과를 수용하고 신속하게 인수를 마무리 한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다음 달 초 이사회를 열어 신임 이사진과 사명 변경 등 임시 주주총회 안건을 결의할 예정이다. 상반기 인수가 마무리되면 45년만에 대우조선해양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한화는 14년 만에 대우조선해양을 품에 안으며 ‘뉴(NEW) 한화’ 출발점 앞에 서게 됐다. 한화그룹은 지난 2008년 처음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지만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매수 의사를 철회 한 바 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방산·화학·에너지에 이어 조선업까지 더해지며 사업 재편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게 된다. 또한 생명·손해보험과 증권이 주축인 금융과 갤러리아가 핵심인 유통까지 폭넓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게 된다. 

    특히 시장에서는 한화의 ‘방산‧에너지‧조선’ 사업이 본격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방산부문은 수직계열화를 통한 방산 생산능력 확보와 글로벌 수출 네트워크 제고 효과, 유지보수(MRO) 시장 진출 등이 기대된다. 2030년 ‘한국의 록히드마틴’을 만들겠다는 비전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한화는 육·해·공 방산산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위사업청을 대상으로 항공엔진, 자주포, 탄약운반차 등을 공급하고 있다. ‘육’과 ‘공’은 있었지만 ‘해’는 빠져 있었던 셈. 대우조선해양은 잠수함, 수상함 등 방산분야 특수선을 제작할 수 있는 조선사 중 하나다. 

    지난해에는 3000톤 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을 군에 인도하기도 했다. 한화는 국내 함정 전투체계 분야 1인자인 한화시스템과 대우조선해양의 협력관계를 강화해 본격적으로 수출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의 결합으로 글로벌 수출 네트워크도 확대돼 수출 판로도 크게 넓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동, 유럽, 아시아에서의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하면 한화의 무기체계는 물론 대우조선의 주력 제품인 잠수함 및 전투함의 수출도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에너지 부문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한화는 액화천연가스(LNG) 및 태양광, 풍력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부문에 사업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한화의 매출액 기준 각 사업부문 비중을 살펴보면, 태양광사업 부문이 17.99%로 금융업 부문(56.14%)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2021년에는 풍력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잔여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그린수소 생산, 운송을 위한 암모니아 기술 확보, 수소를 활용해 전기를 만드는 수소혼소발전 원천기술 확보 등으로 생산부터 발전까지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이같은 상황에 LNG운반선, 수소·암모니아 운반선, 해양풍력설치선(WTIV) 등 역량을 갖춘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은 ‘생산-운송-발전’의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 구축은 물론 안정적인 운송선 확보를 통한 가격경쟁력 강화, 해상풍력 진출 등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업은 한화그룹의 명실상부한 미래 먹거리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한화는 올해 2월 HSD엔진을 인수하면서 엔진 제작부터 선박 건조까지 전 과정이 가능하게 됐다. 밸류체인을 구축해 대우조선해양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납기, 가격 측면에서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선박 유지보수 역량도 강화돼 글로벌 조선 시장의 변동성 위험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더불어 한화의 해양첨단시스템 기술을 대우조선의 함정 양산 능력과 결합해 자율운항이 가능한 민간 상선을 개발하거나, 잠수함에 적용 중인 한화의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을 활용해 친환경 선박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시장 진출도 예상해볼 수 있다. 

    한화는 다음 달 대우조선해양의 사명을 한화오션으로 변경하고 연내 본격 수주경쟁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미국 내 조선소 인수를 검토하며 대우조선해양의 글로벌 사업 역량 확대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오랜 시간 책임감으로 키워온 방산, 에너지 사업은 국가의 존립을 위해 반드시 자립이 필요한 사업이 됐다”면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계기로 방위산업을 육성해 글로벌 메이저 사업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