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심 끝 인상 가닥… 1분기와 비슷한 수준될 듯與, 한전에 '고강도 자구책' 촉구… 정 사장 사퇴 요구자구책, 국민 공감대 얻을까… 내주 중 발표 전망
  • ▲ 전기요금 인상.ⓒ연합뉴스
    ▲ 전기요금 인상.ⓒ연합뉴스
    정부가 다음주 중 2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전력이 어떤 후속조치를 내놓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한전이 지금까지 여론을 반전시킬 자구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여당에서는 정승일 한전 사장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다.

    3일 여당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이르면 다음주 중 결정될 전망이다. 유력한 인상안은 킬로와트시(kWh)당 10원 미만 인상이다. 앞서 정부는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kWh당 13.1원 올렸다. 

    앞서 여당은 전기요금 인상이 물가를 자극하는 등 서민 경제에 타격이 될 것을 우려해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나 한전의 적자가 지난해 32조6000억 원에 달하는 등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면서 2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다만 여당은 한전의 자구노력이 반드시 이뤄져야 함을 분명히 했고, 한전은 오는 2026년까지 14조 원쯤의 재정건전화를 달성하겠단 계획에 더해 6조 원을 추가한 20조 원 규모의 재정건전화 대책을 제시했다. 여기엔 인건비 감축, 조직 인력 혁신,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등의 방안이 담겼다. 임금을 동결하는 안건도 포함됐다.

    이에 더해 여당은 정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한전의 자구책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지적과 더불어 최근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가 출연금을 무단 전용하고 법인카드를 불법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음에도, 정 사장이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정 사장이 한전의 혁신을 이끌기에는 부절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근로자의 날(5월1일)을 맞아 직원들에게 온누리상품권을 1인당 10만 원씩 지급했다가 이를 다시 회수하는 해프닝이 일어나면서 한전에 대한 여론을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정 사장이 탈원전을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라는 점도 여당에게는 부담이다.
  • ▲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연합뉴스
    ▲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연합뉴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8일 "한전 사장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것 같다"며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즉각 그 자리에서 물러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전의 자구책은 여론 형성에 바로미터가 될 수밖에 없다. 인상 필요성을 줄곧 피력해 왔던 한전으로선 자구책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았는지를 결과로 증명해 내야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는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 입장에서도 중요한 일이다. 정부와 전문가 등은 일찌감치 한전의 천문학적인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국민들과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지난해 인상에 이어 올해도 전기요금 인상에 부담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지난달 4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전기·가스요금 관련 간담회에서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지난 1년간 네 번의 가격 조정으로 가계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기홍 소상공인연합회 감사는 "전기·가스요금이 이미 소상공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인상됐고 가격이 추가로 오르면 영업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요금 인상을 둘러싼 소상공인들의 여론을 싸늘하지만, 한전의 자구책에 정 사장의 사퇴가 포함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 사장은 지난 2021년 6월 한전 사장으로 임명됐으며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지난해 5월 현 정부가 들어서며 사퇴가 예상됐지만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한 한전을 맡을 사람이 없다며 산업부가 정 사장의 임기 보장을 확인해줬고, 정 사장은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만약 한전이 내놓은 자구책에 정 사장의 사퇴가 포함되지 않았다면, 여당은 전기요금 인상 발표를 전후해 정 사장에 대한 사퇴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전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전의 누적 적자로 경영 상태가 버티기 어려운 한계상황에 도달했고,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단 점은 모두 알고 있지만 국민에게 손 내밀 염치 있는 노력을 먼저 보여야 한다"며 "그런 노력도 못한다면 자리를 내놓기 바란다"고 압박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