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이르면 이번 주 위기단계 심각서 '경계' 하향조정일상회복 추진 가속도 우려… 전 세계적 확진자 발생 '최상위 국가'고령층 백신 접종 계획 등 대처 능력 부족 '현실로' 방역해제 신중론 급부상… 떨어진 면역력이 위험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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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주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페익) 선언을 해제하면서 국내에서도 이르면 이번 주 감염병 등급 완화를 결정할 방침이지만 '섣부른 판단'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에서는 감염재생산지수(Rt)가 1을 넘어섰고 확진자 수도 급증하는 추세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국가로 분류됐다. 특히 8차 유행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8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번 주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와 위기평가회의를 연이어 개최해 코로나19 위기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낮출 예정이다. WHO의 비상사태 해제 선언과 맞물려 본격적 일상회복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다수의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종결이나 종식'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날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국가가 됐다"며 "페익 해제 선언이 국내에도 방역완화을 하라는 의미가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국제 통계인 아워 월드 인 데이터(Ourworld in data)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 발생이 최상위 그룹에 속했다. 일상회복 전환 분위기에 검사를 받지 않는 숨겨진 확진자가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수치임이 확인된다. 

    WHO의 페익 해제선언은 유행지역에 여행제한을 하거나 백신·치료제 공급 불균형에 대한 메시지를 내지 않는 대신 각 국가별로 '상황에 맞는 대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내포됐다. 또 종식 선언이 아님을 강조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했던 고령층의 동절기 백신 접종률 자체가 낮은 상태이고 벌써 6개월이 지나 그 효과가 떨어지기 시작한 시점에 유행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고위험군 백신 접종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세워지지 않은 상태라 무작정 방역완화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섣부른 조치"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WHO의 페익 해제가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을 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역당국은 국내 상황에 부합하는 대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 ▲ 8일 아워월드인데이터에 집계된 인국 100만명당 확진자 발생국가 리스트. 프랑스와 함께 최다 발생 국가로 조사됐다. ⓒ아워월드인데이터
    ▲ 8일 아워월드인데이터에 집계된 인국 100만명당 확진자 발생국가 리스트. 프랑스와 함께 최다 발생 국가로 조사됐다. ⓒ아워월드인데이터
    ◆ 감염재생산지수, 1넘어 유행 확산… 방역해제 신중론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4월 말부터 8차 유행이 시작됐다고 판단한다"며 "그 규모가 7차 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겠지만 고위험군에게는 여전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백신 접종률이 낮은 상태가 유지되면 가을 재확산이 이뤄질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며 "마치 코로나19를 극복했다는 식의 메시지가 퍼지는 것은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8164명으로 지난주 월요일과 비교해 약 2400명이 늘었다. 

    지난주 코로나19 일평균 확진자 수는 1만2609명으로 집계됐는데 이 역시 4월 마지막 주 대비  18% 증가한 수치였다. 

    감염재생산지수(Rt) 역시 1.08로 올랐다, 감염재생산지수는 환자 1명이 주변 사람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수치화한 지표이다. 1 이상이면 ‘유행 확산’을 의미한다. 또 결막염 증상까지 추가된 신종 변이인 'XBB.1.16'도 국내에 유입됐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페익 해제에 대한 신속한 방역완화를 우선 과제로 꼽은 모양새다. 이르면 이번 주 내 감염병 위기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조정할 방침으로 유일한 방역망 중 하나인 격리기간을 7일에서 5일로 단축된다. 

    해외입국자의 경우 입국 후 3일 이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며 임시선별검사소 운영도 중단된다. 매일 발표되는 코로나19 확진 통계도 주 단위로 발표가 이뤄진다. 

    이에 김우주 교수는 "신속한 일상회복 전환이 아니라 신중한 결정을 요하는 상황"이라며 "국내 현실에 맞는 과학적 방역체계를 유지하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