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간 쇼호스트 이어오며 시장 변화 몸소 체험판매만이 목적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대화가 쟁점소상공인 라이브커머스 및 AI 쇼호스트 등장에도 '자신감'
  • ▲ 홍성보 롯데홈쇼핑 쇼호스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홍성보 롯데홈쇼핑 쇼호스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만났조]는 조현우 기자가 직접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줄인 단어입니다. 먹고 마시고 쇼핑하고 즐기는 우리 일상의 단편. ‘이 제품은 왜 나왔을까?’, ‘이 회사는 왜 이런 사업을 할까?’ 궁금하지만 알기 어려운, 유통업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여러분께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쇼호스트가 혼자 말하는 시대를 지나 함께 대화하고 납득하는 시대가 왔다.”

    지난 4일 서울 양평구 롯데홈쇼핑 본사에서 만난 홍성보 롯데홈쇼핑 쇼호스트는 “과거 홈쇼핑은 충동구매를 자극하는 ‘팔기 위한’ 방송이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홍 쇼호스트는 올해로 21년차가 된 베테랑 쇼호스트다. 2003년 처음 쇼호스트를 시작했으며 2008년 롯데홈쇼핑에 합류했다. 2013년부터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인 ‘최유라쇼’를 함께하고 있다.

    최유라쇼는 현재까지 누적 1200여회 방송, 1000여 종 이상의 상품을 선보이며 주문액 2조원을 넘어선 메가 홈쇼핑 프로그램이다.
  • ▲ 홍성보 롯데홈쇼핑 쇼호스트가 홈쇼핑 시장의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홍성보 롯데홈쇼핑 쇼호스트가 홈쇼핑 시장의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간증·스토리텔링 넘어 납득의 시대로

    쇼호스트는 단순히 말을 재미있게 하는 것을 넘어 시청자의 공감을 얻어 판매까지 연결시키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한다. 마케팅 노하우에 더해 상품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브라운관 너머 고객들에게 전달해야한다.

    쇼호스트의 진행 방식은 방송 형태의 변화에 맞게 진화해왔다. 일방통행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모바일과 라이브방송 등을 통해 소비자들과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홍 쇼호스트는 “후배들에게도 이제는 말하는 방식이 아닌 대화하는 방식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한다”면서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게끔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을 보고 스스로 납득하게 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20여년간 직접 느낀 홈쇼핑의 변화를 크게 4단계로 구분했다. 비교 조건을 세세하게 노출하며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중점이었던 초기에서 쇼호스트 자신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간증의 시대’, 상품의 개발단계부터 왜 구매해야하는지를 설명하고 설득해야했던 ‘스토리텔링의 시대’ 등이다.

    홍 쇼호스트가 말하는 지금은 ‘납득의 시대’다.

    홍 쇼호스트는 ‘경험’을 쇼호스트의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20대, 30대를 거치고 결혼과 육아 등 다양한 삶의 변화를 겪으면서 시대와 상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는 것을 직접 체감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직접 체험하는 것을 넘어 지인과 친인척들에게 제품 사용 후기를 일일이 물어보고 듣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송 준비 과정에서 어떤 멘트를 해야할지, 어떻게 설명할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제품에 대한 상세 정보와 단점 등을 이미 소비자들이 더 자세하게 알고 있고, 사전에 이러한 내용을 서로에게 공유하기도 한다. 또 관련법상 심의 외에도 롯데홈쇼핑 자체 심의를 통해 문제가 될 수 있는 멘트는 즉시 정정하기도 한다.

    그는 “사람마다 겪어온 삶이 다르기 때문에 (제품을) 받아들이는 인식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상품을 판다는 것은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기 때문에 허투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경험들은 소중한 자산이 됐다”면서 “‘내 몸 자체가 하나의 시나리오다’라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 ▲ 홍성보 쇼호스트가 롯데홈쇼핑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홍성보 쇼호스트가 롯데홈쇼핑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생존 위한 변화… “콘텐츠가 해답”

    TV 시청 시간이 줄고 이커머스가 득세하면서 홈쇼핑 시장은 유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0년 7443억원이었던 주요 TV홈쇼핑 사업자 7개사의 영업이익은 5026억원으로 줄어들었고, 방송매출액도 10년 만에 3조원의 벽이 무너졌다. 2013년 일평균 3시간 14분에 달했던 TV시청시간도 지난해 2시간 36분으로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홍 쇼호스트는 새로운 쇼호스트와 소비자들의 유입이 계속되는 만큼 반등 가능성은 있다는 입장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홈쇼핑에서 주문하는 모습을 보고 부모님이 사고, 자녀들이 집으로 배송 온 상품들을 보며 ‘홈쇼핑에서 이렇게 좋은 물건을 파는구나’ 하고 느낀다는 것이다.

    홍 쇼호스트는 “MZ세대들이 홈쇼핑을 잘 모른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막상 입사지원서를 받아보면 몇천 명씩 지원하고 있다”면서 “(젊은 세대가) 직접 홈쇼핑을 많이 보지는 않더라도, 좋은 물건을 팔고 있구나 하는 인지는 넓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콘텐츠 커머스로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2021년 콘텐츠 전담 조직인 ‘콘텐츠팀’을 신설해 자체 콘텐츠 제작 사업에 나섰으며, 지난해에는 캐릭터사업팀을 독립시켜 신사업 조직을 꾸렸다. 발 빠르게 변하는 다양한 콘텐츠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그 기본이 되는 조직을 확립 및 정비한 것이다.

    2019년 롯데홈쇼핑이 처음 진행했던 모바일방송 ‘원맨쇼’도 홍 쇼호스트가 진행했다. 룰이나 프레임도 정해지지 않은 ‘날 것’ 그 자체였다. 정해진 것이 없이 카메라 한 대와 작은 스튜디오 한 곳이 전부였다.

    홍 쇼호스트는 “지금이야 분장도 하고 소품도 활용한다고 하지만, 그 때는 정말 아무 것도 없이 혼자 한시간을 채워야했다”면서 “원테이크로 한시간을 촬영하면서 말 그대로 ‘맨 땅에 헤딩’을 했다”고 회상했다.

    홍 쇼호스트의 노력은 롯데홈쇼핑의 자산으로 뿌리내렸다. 가능성을 확인한 롯데홈쇼핑은 올해 2월 유튜브 예능 채널인 ‘내내스튜디오’를 론칭했다. 인플루언서와 연계한 푸드·음악 등을 콘텐츠로 선보인 결과 한 달 만에 230만뷰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중 타깃인 MZ세대 시청 비중은 70%로 나타났다.

    롯데홈쇼핑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자체 콘텐츠를 지속해 선보이고, 콘텐츠에서 소개된 상품을 TV, 모바일, 온라인 등 롯데홈쇼핑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하며 콘텐츠 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 ▲ 홍성보 쇼호스트가 AI와 일반 자영업자들의 라이브방송의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홍성보 쇼호스트가 AI와 일반 자영업자들의 라이브방송의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자영업자부터 AI까지 쇼호스트로… 전문성이 더 중요해졌다

    1인 방송이 성장하면서 쇼호스트의 기회도 넓어졌다. 입사하고 교육을 받아 데뷔했던 과거와는 달리 개인 방송 플랫폼이 늘어났고, 자영업자들도 쉽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음식점 사장님이 라이브 방송을 켜고 조리하거나, 혹은 도매상이 직접 제품을 설명하며 판매하는 것도 일상이 됐다.

    홍 쇼호스트는 “여러가지 플랫폼에서 다양한 분들이 하는 라이브 방송도 살펴본다”면서 “동대문에서 옷 파시는 분들 영상도 보곤 하는데, 정말 말 잘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 말했다.

    이어 “정말 시장이 커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렇기에 전문성이 더 중요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를 활용한 가상인간 쇼호스트의 등장으로 인한 변화도 예고했다. 롯데홈쇼핑은 2021년 AI를 활용한 루시를 선보였다. 이러한 ‘색다름’은 MZ세대에 주효했다. 지난해 12월 14일 실험 방송에서 제품을 25분만에 완판했던 루시는 올해 1월 1월 비비안웨스트우드 가방에 이어 2월 30만원에 달하는 미니 건조기도 방송 40분만에 완판시켰다.

    루시는 대역 모델의 행동과 목소리를 촬영한 영상에 루시의 얼굴을 합성하는 식으로 활용 중이다. 롯데홈쇼핑은 루시의 목소리를 따로 만들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대역 없이도 활동할 수 있게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그는 “루시도 그렇고 정말 수준이 높아졌다”면서도 “홈쇼핑에서 물건을 사는건 나를 위한 경우도 있겠지만 가족을 위해 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감정을 자극하고 설명하는 것은 아직 사람을 따라오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러한 감성 전달 능력과 스토리텔링까지 학습한다면 정말 대단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