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대 50조원 세수펑크 예상… 감액 추경 편성 주목추경호 부총리 "추경 편성 안 한다… 기금 등 활용해 대응"2021~2022년 초과세수 118.6조원 걷고도 나라곳간 '텅텅''눈덩이' 나랏빚에 이자만 4년간 100조… 세수추계 오류도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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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세수 펑크 규모가 최대 50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21년과 2022년 100조 원이 넘었던 세수 호황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에 따라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선 '추경 중독'에 빠졌던 직전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윤석열 정부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새 정부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고 지적한다.

    기획재정부의 3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3월 87조1000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4조 원 감소했다. 올해 세입예산은 지난해 세입실적인 352조3000억 원보다 늘어난 358조 원으로 올해 세입예산 대비 진도율은 21.7%다. 지난해 3월 진도율인 28.1%, 최근 5년 평균 3월 진도율인 26.4%와 비교하면 굉장히 부진한 숫자다.

    이같은 세수부족 사태가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올해 최대 50조 원에 가까운 세수펑크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규모 세수결손 발생 우려에 정치권을 비롯한 기획재정부 내부에서도 감액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예산안을 편성할 때 들어오는 세입을 바탕으로 지출규모를 정한다. 만약 100원 수입을 예상했다면 지출계획도 100원에 맞춰 세워놓는다. 그런데 수입이 예상했던 것보다 적게 들어온다면 100원에 맞춘 지출계획을 이행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를 수정해야 한다.

    앞서 감액 추경을 했던 때는 세수결손 사태가 발생하던 박근혜 정부 시절이다. 정부는 국세수입을 2013년 216조4000억 원으로 잡았지만 추경을 편성하며 세입예산을 6조 원 감축했음에도, 그 해 8조5000억 원의 세수펑크가 발생했다.

    세입 감액을 하지 않았던 2014년에는 10조9000억 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했으며 2015년에는 국세수입을 5조 원 이상 감액한 추경을 한 뒤 세수결손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현 정부도 세입과 세출 모두 감액하는 감액 추경을 해야만 대규모 세수결손 사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내부적으로 세수 재추계는 계속하고 있지만 추경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추 부총리는 "민생 관련된 부분, 당초 국민들께 긴요한 국가 기반시설 투자, 연구개발(R&D), 중소기업 관련 지출은 차질 없도록 집행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며 "재원은 지난번에 결산 때 발생한 세계잉여금 이입, 기금 여유재원을 활용해서 대응해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세입과 세출 모두 감액없이 기존에 편성한 지출 집행시기를 조정하거나 기금의 여유재원 등을 활용해 그대로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와 더불어 기재부는 종합소득세 신고 시기인 5월이 지나면 세수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 ▲ 추경호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 추경호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출 부진과 경기 둔화로 국내외 기관들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1~1.5%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수부족 사태가 쉽사리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수출 효자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은 4월 기준 전년동월 대비 41% 감소했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4월 들어 3%대로 내려앉았지만, 물가가 안정화됐다고 말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경기 전망이 좋지 않음에도 추 부총리가 추경이나 국채발행 등에 선을 긋는 것은, 세수호황이었던 문재인 정부 시절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확대재정을 했던 것이 현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400조 원의 부채로 인해 국가채무가 2022년 말 기준 1067조 원을 돌파하면서 정부 입장에선 더 이상 빚을 내기가 곤란한 상황이다. 국가채무 이자만 올해 25조 원이 발생하는 등 향후 4년간 이자로만 100조 원을 넘게 지출해야 한다.

    2021년 61조3000억 원, 2022년 53조3000억 원 등 118조 원 가량의 초과세수를 활용하자고 할 수도 있지만, 해당 세수는 정부가 이미 추경 편성을 통해 다 써버렸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총 49조8천억원 상당의 추경을 편성했으며, 지난해에는 문재인 정부 시절 1차 추경으로 16조9000억 원을,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2차 추경으로 62조 원을 지출했다. 2년 동안 초과세수가 118조6000억 원이 들어왔지만, 추경으로 128조7000억 원을 써버린 것이다. 

    추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가 확장재정을 기조로 국가채무를 빠르게 늘려가자, 이를 강하게 비판하며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관리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 일명 '재정준칙' 법제화를 주장해왔다. 현재까지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재정준칙에 날을 세우고 있는 추 부총리 입장에서는 빚을 내는 것 자체가 자신의 말을 뒤엎는 난감한 상황이 돼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감액 추경을 하기에는 기재부의 세수예측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시인하는 꼴이 돼 버려 이마저도 쉽지 않다. 추 부총리는 의원 시절부터 기재부의 세수추계 능력 부족을 질타해왔으며, 윤석열 정부 취임 초기부터 기재부의 세수추계 능력을 끌어올리겠다며 기재부 세수추계위원회의 위원장에 민간 전문가를 앉히기도 했다.

    전 정부의 세수추계 능력을 질타해놓고 세입예산 추경을 편성한다면 추 부총리의 입장이 우스워지는 셈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재부가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해서 세수추계를 한다고 했지만, 정교한 예측 능력이 부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1년 후 세수를 예측하기 어려운 점은 이해하지만 많은 차이가 나는 것은 문제"라며 "기재부는 민간에서 볼 수 없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민간은 능력은 있지만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기재부와 민간 연구기관이 힘을 합한다면 정교한 세수추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