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법인세 최고세율 25→24% 내려… 재계 "재추진해야"세수부족 현실화에 감세 논란… 전문가들 "세수부족은 경기부진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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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 부진과 경기 둔화로 기업 실적이 악화하는 가운데 법인세 최고세율을 내려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올해 '세수펑크'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딜레마에 처했다.

    1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하는 국세수입 현황을 보면 올해 1~3월 국세수입은 87조1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조 원 감소했다. 부동산 거래 감소 등 자산시장 위축으로 양도소득세가 덜 걷힌 데다 경기 둔화로 법인세수가 1년 전과 비교해 6조8000억 원이나 감소한 게 컸다. 이에 따라 올해 세수결손 우려는 더욱 커졌다.

    기재부는 법인세수가 감소한 원인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와 수출 부진에 따른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를 꼽는다. 문제는 기업들의 영업실적이 올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올해 1~4월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250억7000만 달러로, 이미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 472억 달러의 절반을 넘어섰다. 수출 효자였던 반도체 수출액도 4월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41% 급감하면서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며 국내외 기관들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1~1.5%로 낮춰잡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가 녹록잖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올해 세수가 국세수입 예산 대비 50조 원쯤 부족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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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에서는 이럴수록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하고 현행 4단계인 과세표준 구간도 단순화해 기업의 경영활동을 지원하고 외국자본의 투자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 3월 기재부에 '2023년 세법개정 의견서'를 전달했다. 전경련은 지난해 거대 야당의 반대로 좌절됐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재추진해야 한다는 태도다. 정부는 애초 기존 25%였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3%포인트(p) 내리려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히며 과표구간별로 1%p씩 내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전경련은 누진 구조인 법인세 과표구간도 현행 4단계에서 2단계로 단순화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놓고 여야의 기싸움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한국경제연구원은 "2023년 한국경제는 수출과 민간소비가 침체하면서 경제성장률이 1%대로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가 감소하고 실업이 증가하는 등 부정적 충격이 우려된다"며 법인세 인하를 촉구했다.

    정부도 글로벌 스탠더드(세계 기준)에 맞추고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보고 지난해 세법개정안을 추진했지만, 여소야대 상황을 극복하지 못했다. 현재 법인세 최고세율은 24%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로 8번째로 높다. 미국은 21%, 영국은 19%, 독일은 15.8% 등이다. OECD 평균 법인세 최고세율은 21.5%였다. 올해부터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이 1%p 낮아진 것을 고려해도 여전히 OECD 평균을 웃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선 법인세 인하를 다시 추진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법인세 인하를 부자감세라고 보는 야당의 견해에 변화가 없는 데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국회 문턱을 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 연말 "(법인세 인하가)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쉽지 않을 것 같고, 22대 국회에서 여건이 좋아지면 관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수부족 상황과 법인세 인하를 연관지어 보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현재의 세수부족 상황은 경기 부진이 원인이기 때문에, 오히려 기업의 경영활동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수가 부족한 것은 경기부진이 원인이므로 법인세 인하와 세수부족을 결부시켜서는 안 된다"며 "법인세 최고세율이 22%가 적당한 것인지, 인하 시기를 언제로 할 지는 더 논의해야겠지만, 법인세 인하라는 방향성은 맞다"고 강조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법인세는 국제경쟁력 문제다. 법인세가 높으면 외국투자 자본이 쉽게 빠져나간다. 경영 잘하는 회사에게 더 높은 법인세를 물린다는 것은 패널티를 준다는 것으로 좋은 일이 아니다"라며 "세수는 또 다른 문제다. 지난 정부에 부동산 관련 세수와 법인세수가 호황이었는데, 사실 이것이 예외적인 일이었다. 그 두 가지가 어렵다보니 세수가 부족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법인세율을 올리면 세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외부인이 봤을 때는 법인세율이 기업환경의 바로미터"라며 "차라리 투자세액공제 등 각족 세액공제를 덜 해주고, 외부에 드러나는 명목세율은 인하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수가 부족하다면 정부 지출을 조정해야지, 세율을 올려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