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美 CPI 4.9%↑…2021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 폭인플레 진정 조짐…향후 연준 금리 인상 중단 전망 힘 실려전일 뉴욕 증시 호조…"국내 증시 부담 요인 중 하나 해소"
  •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합뉴스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합뉴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둔화하면서 주식시장에도 안도감이 확산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연방준비제도(Fed)가 1년 이상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행보를 마무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4.9% 올랐다고 전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21년 4월 이후 최소폭 상승이자 월가 전문가 전망치(5.0%)을 밑도는 결과다. 

    4월 CPI는 지난 3월 상승 폭(5.0%)보다도 내려 10개월 연속 둔화세를 이어갔다. 지수는 고점인 지난해 6월 9.1% 급등한 뒤 7월부터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둔화세를 기록 중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보다 5.5%, 전월보다 0.4% 각각 상승했다. 이 역시 월가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는 평이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를 재확인 연준이 오는 6월 있을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연준은 앞서 지난해 3월부터 이달 FOMC까지 10번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바 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물가는 대체로 예상에 부합하는 결과로, 예상했던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전망을 유지한다"라며 "이에 따라 연준은 6월 FOMC부터 기준금리 동결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시장은 비둘기파적 성명서에 무게를 두며 6월 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로 금리 인상을 종료하는 시나리오를 바라보고 있다"라며 "5월 CPI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지 않는다면 6월엔 기준금리 인상보다는 동결의 가능성이 높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물가상승률이 Fed 목표치인 2%보다 높은 만큼 올해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섣부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4월 CPI에서 주거비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긍정적 요인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그 외 뚜렷한 물가 하방 압력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임금과 관련된 서비스 물가 상승세는 여전하고, 5월까지는 근원 재화 물가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며 "이는 연준의 노력에도 여전히 물가가 제대로 통제되기 있지 않음을 방증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이번 CPI 수치는 연준에게 6월 기준금리 인상을 잠시 중단할 수 있는 여유를 줬다고 판단한다"라면서도 "다만 근원 물가가 계속 정체기를 보이는 상황에서 올해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베팅하기에는 연준의 물가 통제력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CPI가 발표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미국 증시는 전일 호조를 보였다. 다우존스 지수는 0.09% 하락했으나 S&P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 지수는 0.45%, 1.04% 상승했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미 국채 수익률은 일제히 하락했다. 기준금리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은 11bp 내린 3.900%에 마감했다. 3년물은 12bp 하락한 3.550%, 5년물은 14bp 내린 3.370%에 마감했다. 미 국채 10년물도 10bp 하락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는 물가 안정과 함께 장 후반 알파벳과 아마존의 급등으로 나스닥의 상승 폭이 특히 확대됐다"라며 "반도체 업종이 상승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1.00% 강세를 보인 점도 우호적"이라고 분석했다. 

    서 연구원은 이어 "미 증시에서 기술주가 강세를 보이며 나스닥의 상승 폭이 컸던 점은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미국 물가 안정이 진행되며 최근 국내 증시에 부담을 줬던 요인 중 하나가 해소된 점도 전반적인 투자 심리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미국 물가 안정에 달러화가 약세를 보여 달러·원 환율이 크게 하락하는 등 원화 강세는 외국인 수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를 고려했을 때 국내 증시는 상승 출발 후 일부 테마 중심으로 종목 장세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덧붙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또한 "국내 증시는 옵션 만기일에 따른 외국인과 기관의 현‧선물 수급 변동성이 출현할 수 있음에도 4%대 진입한 미 CPI 결과에 따른 나스닥 강세, 원·달러 환율 역외 급락(-9원) 등 증시 친화적인 재료들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연구원은 "업종 및 테마 관점에서는 알파벳이 생성형 AI 검색엔진을 공개하면서 주가가 급등한 가운데 여타 AI 관련주들도 동반 강세를 연출했다"라며 "국내 전반적인 성장주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