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취급 0.12%p↓, 신잔액 0.01%p↑기준 따라 변동금리 오락가락상승기 신잔액 연동 장려… 하락기 오히려 불리
  • ▲ 서울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연합뉴스
    ▲ 서울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연합뉴스
    지난해 시중은행에서 신혼집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직장인 A씨는 늘어난 대출이자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A씨가 받은 대출금리는 대출당시 5.1%였지만 올해 초 6.6%로 뛰었다. 대출이자는 127만원에서 165만원으로 한층 무거워졌다.

    은행 이자에 허덕였지만 A씨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거라 생각했다. 때마침 한국은행이 2월부터 기준금리 동결에 들어갔고 시중금리가 차츰 낮아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다. 하지만 A씨의 기대와는 달리 대출금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A씨가 받은 대출상품은 신잔액 코픽스를 지표금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금리가 안정세를 찾고 있지만 예비 대출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대출신청시 선택해야 하는 지표금리가 점점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4월 기준 3.44%로 전월대비 0.12%포인트 하락했다. 코픽스는 지난달 11월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경색을 분수령으로 4.34%를 정점으로 5개월만에 0.9%p 하락했다. 이에 따라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적용된 대출을 이용 중인 소비자들은 그만큼 금리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문제는 신잔액 기준 대출상품을 이용 중인 차주들이다.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달에도 0.01%p 오른 3.09%로 집계됐다. 2021년 8월 이후 21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A씨처럼 신잔액 코픽스를 지표로 반영하는 대출차주들은 여전히 고금리에 시달리는 셈이다. A씨는 "현재 전세대출 금리가 3%대 초반까지 내려왔는데 나만 두배가 넘는 이자를 부담하는 것 같아 억울한 마음까지 든다"고 했다.

    이같은 현상은 코픽스 산정 방식이 기준마다 달라서 벌어진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해당 월에 취급된 조달비용이 즉각 반영되지만,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요구불예금 등 금리가 낮은 결제성자금도 포함되기 때문에 변동폭이 작다.

    금리상승기에 이자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로 지난해 취급된 변동금리 상품 중 상당수는 신잔액 코픽스 연동 대출로 실행됐다. 금융감독원도 지난해 "대출 가산금리가 동일하다고 가정할 경우, 신잔액 코픽스 연동 대출이 신규취급 코픽스 연동대출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변동성이 큰 금융채 연동 신용대출에서 코픽스 연동 신용대출 상품을 적극 개발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신잔액 코픽스 연동 대출은 금리 하락기에는 하락 속도도 완만해 신규취급 코픽스 연동 대출에 비해 불리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멈췄다는 전망이 짙어졌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하반기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지는 상황에서 금리변동폭이 작은 상품에 대한 선호도도 떨어진 모습이다.

    시중은행들도 코픽스 연동 상품보다는 금융채 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매달 바뀌는 코픽스 금리보다 하루하루가 다른 금융채 금리를 적용하는게 리스크가 작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시장금리를 즉각 반영하지 못하기에 실제 조달비용과는 괴리가 생길 수 있다"면서 "가산금리 산정시 리스크프리미엄이 높게 책정되는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