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중도파도 "갈 길 멀다"… 내달 추가 금리인상 필요성 시사1년반 만에 최다 증가한 실업수당 신규청구, 부정수급 단속에 급감시장 금리동결 기대에 '찬물'… 내주 한은 금통위, 3연속 동결 관측
  • ▲ 한미 기준금리 추이.ⓒ연합뉴스
    ▲ 한미 기준금리 추이.ⓒ연합뉴스
    한미 간 역전된 금리 차이가 다음 달 역대 최대를 다시 경신해 2.0%포인트(p)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18일(이하 미 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3만3535.91로 거래를 마쳤다. 전장보다 115.14p(0.34%) 올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39.28p(0.94%), 188.27p(1.51%) 상승했다. 이날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이 진전을 보이면서 이르면 다음 주 타결 가능성이 커지자 내림세로 출발했던 지수가 일제히 반등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사실상 부채한도 상향 협상이 불발돼 미국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장 초반 하락세를 이끌었던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시사 발언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연준 내 중도파로 분류되는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8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텍사스은행연합회 콘퍼런스에서 "(금리 인상을) 한 번 건너뛰는 게 적절하다는 경제지표가 앞으로 몇 주 안에 나올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아직 그 지점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의 긴축으로) 약간의 진전을 이뤘지만, 필요한 만큼은 아니다. (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로 돌아가기까지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대표적 매파(통화긴축 선호)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가 기대보다 느리다. 약간 더 금리를 올려 보험에 들어야 할 것"이라며 "물가상승률이 내려가지 않거나 1970년대처럼 오히려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리스크"라고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연준 내 투표권을 행사하는 11명의 위원 모두가 추가 인상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도파인 로건 총재를 포함해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미셸 보먼 연준 이사 등 너덧 명의 연준 인사가 최근 6월 금리 인상을 좀 더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미 현지 증시 전문가 사이에선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을 두고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또 한 번 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시장에 주입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은 다음 달 13~14일 FOMC 회의를 열고 정책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미국 금리는 상단 기준 5.25%다.
  • ▲ 인력 모집하는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한 레스토랑.ⓒ연합뉴스
    ▲ 인력 모집하는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한 레스토랑.ⓒ연합뉴스
    경기침체 가능성에 금리 동결을 점치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연준 인사들이 잇달아 매파적 발언을 하는 것은 과열된 미국의 고용시장이 여전히 뜨겁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 노동부가 11일 발표한 이달 첫째 주(4월30일∼5월6일) 실업수당 신규청구 건수는 26만4000건으로, 전주보다 2만2000건 증가했다. 지난 2021년 10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한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181만 건으로 1만2000건 늘었다. 시장에선 연준의 10연속 금리 인상 여파로 실업이 늘면서 과열됐던 노동시장이 식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다음 달 연준의 금리 동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 증가세에 부정수급에 따른 거품이 끼어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미 당국이 단속에 나서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18일 미 노동부가 밝힌 지난주(7∼13일) 실업수당 신규청구 건수는 24만2000건으로 집계됐다. 전주보다 2만2000건 감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5만5000건)를 크게 밑돌았다. 일주일 만에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매사추세츠주는 실업수당 신규청구 급증의 배경에 사기로 의심되는 부정 청구가 있었다고 밝혔다. 훔친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등의 부정수급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주 당국의 경고와 단속에 급감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미 언론들은 노동시장이 여전히 뜨거운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다음 달 다시 한번 '베이비스텝'(0.25%p 금리 인상)을 밟는다면 역전된 한미 간 금리 격차는 2.0%p까지 벌어지게 된다. 현재 금리차는 1.75%p로 역대 최대다.

    이달 25일(한국시각)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이 금리 격차를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0.25%p 올려도 연준이 다음 달 베이비스텝을 밟으면 금리차는 변동이 없게 된다. 더욱이 시장에선 한은의 3연속 금리 동결에 조금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30%로 겨우 역성장을 면한 데다 1분기 경상수지가 11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국내 경기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