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분기만 분기매출 1조클럽 복귀…영업익 흑자전환수주잔고 20조원 1년만 3.8조 증발…첫 계약잔액 감소1년내 상환해야할 단기차입금 비중 '59→74%'로 확대 이자비용 1년만 249% 급증…미청구공사액 1조원 육박
  • ▲ HDC현대산업개발. ⓒ이기륭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 ⓒ이기륭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오랜만에 호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12분기만에 1조클럽에 복귀했으며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주홍글씨'는 여전하다. 수주잔고는 줄고 미분양은 증가했다. 재무적으로도 차입구조 단기화로 이자부담이 가중됐다. 등록말소 처분 가능성은 작아졌지만 시장신뢰도 회복은 여전히 쉽지 않을 전망이다. 

    23일 분기보고서 분석결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연결기준 매출 1조749억원, 영업이익 500억원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 경우 지난해 1분기 6856억원에 비해 56.7% 늘어나면서 2분기동안 이어진 전년대비 역성장에서 벗어났다. 전분기 9152억원에 비해서는 17.4% 증가해 2분기연속 개선세를 나타냈다.

    특히 2020년 1분기 1조66억원이후 12개분기만에 '분기매출 1조원'에 복귀했으며 1분기 기준으로는 2018년 5월2일 분할이후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941억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전년대비 증익추이가 3분기연속 이어졌다. 다만 전분기 743억원에 비해서는 32.5% 감소했다.

    그러한 데는 경쟁업체와 마찬가지로 원가부담 탓이 컸다. 1분기 매출원가는 984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7250억원에 비해 35.7% 늘어났다. 분할후 최대치다.

    그러나 매출규모가 지난해 1분기 6856억원에서 56.7% 증가하면서 원가율은 같은기간 105%에서 91.5%로 낮아졌다. 역기저효과도 있지만 규모의 경제로 부담을 상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자체적인 판관비 감소도 수익성 반등에 한몫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관비가 지난해 1분기 512억원에서 올 1분기 404억원으로 21.0% 감소하면서 판관비율은 7.47%에서 3.74%로 3.71%p 줄어들었다.

    이에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고 영업이익률도 -13.7%에서 4.65%로 18.3%p 개선됐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사고로 관련비용 선반영(2021년 4분기 1754억원, 2022년 1분기 1623억원)이후 영업실적이 반등하면서 후유증을 상당부분 덜어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깊게 새겨진 낙인은 여전하다. 당장은 사고이후 시공역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신규수주가 부진해졌고 일부현장에선 시공계약 해지가 발생했다. 

    1분기 수주잔고는 20조원으로 지난해 1분기 23조원에 비해 3조8093억원(15.9%) 감소했다. 1분기 기준 분할이후 처음으로 전년대비 계약잔액이 감소한 것이다.

    다만 계약해지 경우 시행사, 조합 등 발주처에 의한 해지외에도 HDC현대산업개발이 사업성, 예상사업기간, 우발채무 등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계약을 깬 현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 '광주화정 아이파크' 리빌딩 현장. ⓒHDC현대산업개발
    ▲ '광주화정 아이파크' 리빌딩 현장. ⓒHDC현대산업개발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도 비관적이다.

    주택시장 침체와 맞물리면서 미분양물량이 1분기 기준 2021년 170억원, 2022년 427억원(+150%), 2023년 494억원(+15.7%) 순으로 지속 증가중이다.

    광역지방자치단체 미분양현황 등을 보면 경기 수원시 '수원 아이파크 시티 10단지' 38가구를 비롯해 △충남 논산시 '논산 아이파크' △충북 음성군 '음성 아이파크' △경기 안양시 '평촌 아이파크 자이' 등에서 잔여물량이 있는 것을 확인됐다. 

    또 다른 후폭풍은 재무건전성의 질적 저하다.

    1분기 차입금은 1조630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2조502억원에 비해 20.4% 줄어들었다. 차입금의존도는 73.9%에서 56.3%로 낮아졌다.

    그러나 전체적인 볼륨은 적어졌지만 차입구성이 지난해 1분기 단기차입금 59%, 사채 23%, 장기차입금 16%에서 올 들어 단기차입금 74% 사채 15% 장기차입금 9% 순으로 단기화됐다. 1분기 기준 분할이후 단기차입금 비중이 6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기차입금 증가로 유동부채(3조3033억원, +2.30%)가 늘어나면서 유동비율은 지난해 1분기 165%에서 올 1분기 151%로 저하됐다.

    특히나 1년이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인 만큼 장기차입금이나 사채보다 비교적 이자비용이 높다 보니 이자부담도 가중됐다. 1분기 이자비용은 27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78억원에 비해 249% 뛰었다. 이자비용 역시 분할후 최대규모다. 

    이자상환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은 1.81배로 영업손실을 기록한 지난해 1분기(-11.9)이후 가장 낮다. 앞서 3년(2019~2021년)동안 1분기 이자보상배율은 평균 27.2배였다.

    이밖에 1조원에 다다른 미청구공사대금이 분할이후 지속 증가하고 있는 점도 리스크로 지목된다. 1분기 미청구공사액은 △2019년 2731억원 △2020년 4454억원 △2021년 4859억원 △2022년 7589억원 △2023년 9792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사고발생에 따른 수주경쟁력 훼손으로 실적저하가 예상되고 부동산 경기침체 국면에서 미분양증가에 따른 운전자본 부담 확대, PF우발채무 리스크 현실화 등으로 현금흐름도 저하될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HDC현대산업개발은 '화정 아이파크' 사고에 대해 영업정지 1년 또는 등록말소 처분을 사전통지 받은 이후 청문절차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행정절차가 예상보다 장기화하고 있으나 진행상황 등을 고려할 때 등록말소 처분을 받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선 광주 학동 철거현장에다 또다시 발생한 사고인 만큼 HDC현대산업개발 과실이 일정수준이상 인정되고 주택시장 수요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확대될 경우 현재 사업포트폴리오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민간주택사업에서의 수주경쟁력이 추가 약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뿐만 아니라 사업 및 재무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신규 자금조달 여건이 저하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