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 경제성장률 전망 1.6→1.4% 내려최대 50兆 세수펑크 우려… 법인세 인하·유산취득세 전환 동력 잃어세법개정에 감세 유지할지 주목… 내년 총선·선심성 법안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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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경제가 수출부진과 고환율, 고물가 등 삼중고를 겪으면서 세수펑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상저하고(上底下高)' 전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태도지만, 대외 불확실성과 악재가 계속 쌓이면서 정부의 '감세' 기조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25일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1.6%에서 1.4%로 0.2%포인트(p) 낮춰잡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외 주요 기관이 잇달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하향조정한 가운데 한은이 이보다 더 낮은 수준을 제시하면서 하반기 우리 경제의 반등이 녹록지않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은은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춘 데 대해 반도체 경기 부진과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선진국의 성장률 평균이 1.3%쯤인데, 한국처럼 제조업 중심이고 에너지 수요가 많은 국가에서 1.4% 성장한다는 것은 비관적이라거나 경제 파국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4일 "전반적으로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좋아진다(상저하고)는 흐름은 변화가 없다"며 "하반기에 (경기가) 개선된다는 얘기는 얼마 전 IMF 아시아태평양국장도 (한국에 와서) 하고 갔고 한은, KDI 등도 상저하고 흐름에 관해서는 견해가 비슷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하반기 경기가 나아진다는 전망 하에 시간이 갈수록 세수 상황도 나아질 것이라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반대하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1~3월 국세수입은 87조1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4조 원 감소했다. 3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 감소이고 국세수입예산 대비 진도율도 21.7%로, 최근 5년간 평균 3월 진도율인 26.4%보다 크게 낮은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법인세가 세수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거래 감소로 양도소득세수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반도체 등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법인세 신고·납부기한인 3월 실적을 포함했음에도, 1분기 법인세수가 지난해 대비 6조8000억 원이나 감소했다. 이대로 간다면 올 연말까지 최대 50조 원쯤의 세수결손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7월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2년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7월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2년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기재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유산취득세 전환 등 감세 법안들에 줄줄이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모토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25%에서 22%로 3%p 인하하겠다는 기재부의 야심찬 계획은 지난해 야당의 반대에 막혀 1%p 낮추는 데 그쳤다. 경제계에서는 법인세 최고세율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견해인 만큼 기재부가 이를 재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법인세수가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면서 법인세 인하를 주장할 만한 동력을 상실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의 상속세 제도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것도 현 정부의 숙원사업 중 하나다.

    현행법은 피상속인(재산을 주는 사람)의 상속재산에 따라 누진세율(10~50%)을 적용해 상속세를 계산한 뒤 상속인(재산을 받는 사람)이 받은 재산에 따라 세금을 나눠서 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가령 피상속인이 재산 40억 원을 배우자와 자녀 3명에게 10억 원씩 상속했다면, 전체 40억 원에 대해 최고세율 50%를 적용해 상속세를 계산한 뒤 이를 가족 4명이 받은 상속재산 비율만큼 나눠서 내는 것이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받는 재산에 대해 세율을 적용해 과세하는 방식이다. 만약 상속인 4명이 각자 10억 원씩 재산을 상속받았다면 이들은 10억 원 이하 구간에 적용되는 세율인 30%를 적용받아 상속세를 내면 된다.

    기재부는 지난해 10월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결과가 나오면 올해 세법개정안에 유산취득세 개편안을 포함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재부는 돌연 연구용역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데다, 유산취득세 개편에 적극적이었던 분위기도 지난해만 못하다. 추 부총리는 지난 3월 유산취득세 개편과 관련해 "시행 시기 등에 대해 여러 걱정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할 때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세법개정안에도 '감세' 기조를 유지하기가 녹록잖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다만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은 변수로 꼽힌다. 국회에서는 벌써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 '1000원의 아침밥 확대', '청년층 대중교통비 지원' 등의 선심성 법안을 쏟아내는 만큼 정부가 이를 얼마나 잘 방어할 수 있느냐가 올해 세법개정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