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월 '경기부진' 진단… 6월은 '제조업 중심 부진'반도체 생산·對中 수출액 감소폭 '둔화'… 물가도 하향안정세연준發 긴축 등 변수… 저성장 전망 속 하반기 반등할지 관심
  • ▲ 부산항 ⓒ연합뉴스
    ▲ 부산항 ⓒ연합뉴스
    경기가 저점을 찍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수출 감소세가 둔화하고, 대(對)중국 수출 감소 폭이 축소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정부 전망대로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上底下高)'로 흘러갈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내놓은 '2023년 6월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부진한 상황이지만, 경기 저점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반도체는 생산 감소 폭이 축소됐지만, 재고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여전히 위축된 모습"이라면서도 "다만 반도체 수출 금액과 물량의 감소세가 일부 둔화하고 대중 수출 감소 폭이 점차 축소하는 등 수출 부진이 다소 완화하는 모습"이라고 부연했다.

    KDI는 지난 3월부터 3개월 연속 우리 경제 전반에 대해 '경기 부진'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이달 들어 '제조업 중심 부진'으로 표현을 바꿨다.

    KDI가 경기 저점을 시사하는 지표로 거론한 것은 우리 경제의 한축인 반도체 생산과 수출 감소 폭의 둔화다.

    지난 4월 기준 광공업 생산은 1년 전과 비교해 8.9% 감소했다. 전달(-7.6%)보다 감소 폭이 커졌다. 이는 자동차 생산이 3월 27.2%, 4월 16.6% 증가했음에도 반도체가 3월 -26.9%, 4월 -20.2%, 전자부품이 3월 -30.3%, 4월 -30% 등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KDI는 반도체 생산 감소 폭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했다.

    서비스업 생산도 3월 6.2%에서 4월 3.1%로 양호한 플러스(+) 흐름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숙박·음식점업은 3월 17.8%에서 4월 2%, 도소매업은 3월 0.5%에서 4월 -2.7%로 증가 폭이 축소됐다.

    건설업 생산은 공사종료를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집중됨에 따라 건축부문(16.5%)에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주택경기 하락이 지속하면서 이런 흐름이 오래 가지는 않을 거라는 견해다.

    제조업은 평균가동률이 3월 72%에서 4월 71.2%로 다소 정체하는 가운데 재고율은 117.2%에서 130.4%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5월 수출은 1년 전보다 15.2% 감소했다. 전달(-14.3%)보다 감소 폭이 커졌다.

    품목별로는 석유제품 수출이 4월 -27.5%에서 5월 -33.2%, 석유화학이 -23.7%에서 -26.3%로 감소 폭이 확대한 반면, 반도체는 4월 -41%에서 5월 -36.2%로 감소 폭이 축소됐다. 물량 기준으로도 반도체 수출은 3월 이후 부진이 완화됐다.

    국가별로는 중국에 대한 수출이 여전히 부진하지만, 수출액 기준으로 보면 3월 -33.1%, 4월 -26.5%, 5월 -20.8%로 감소 폭이 점차 둔화하는 모습이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로의 수출액은 3월 -7.6%, 4월 -10.8%, 5월 -13.6%로 감소 폭이 다소 확대됐다.

    소비는 증가세가 다소 약화했다. 하지만 소비자심리지수 상승세가 지속하는 등 소비 부진 완화를 시사하는 긍정적 신호는 이어졌다. 4월 소매판매는 전달(0.1%)보다 낮은 –1.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다만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8로 전달(95.1)보다 높아졌다. 기준치인 100에 근접했다.

    5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3.3%로 4월(3.7%)보다 낮았다. 상품물가와 서비스물가 상승 폭이 모두 축소했다. 다만 전기·수도·가스요금은 지난해보다 23.2% 올라 높은 상승세를 유지했다.

    주변 환경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하는 식료품이나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상승률은 4월 4%에서 5월 3.9%로 소폭 낮아졌다.

    4월 기준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5만4000명 증가했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다만 증가 폭은 제조업과 건설업의 부진으로 3월(46만9000명)보다 축소됐다.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연합뉴스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연합뉴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1.6%에서 1.5%로, 한국은행은 1.6%에서 1.4%로, KDI는 1.8%에서 1.5%로 각각 하향 조정한 것을 참작하면 이번 KDI 전망은 고무적이다. 국내외 주요 분석기관들이 줄줄이 경제 전망치를 낮추면서 일각에서는 우리 경제가 애초 정부가 예상했던 '상저하고'에서 '상저하중' 흐름으로 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기획재정부도 이르면 이달 말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기존 전망치인 1.6%를 하향 조정할 것을 시사했다.

    하지만 KDI 분석처럼 우리 경제가 바닥을 찍고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거라면 하반기 반등의 기회를 살려 뒷심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없잖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월10일 열린 '편집인협회 월례 포럼'에서 "특별한 외부충격이 없다면 앞으로 물가는 둔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라며 "물가 안정 기조가 확고하다면 모든 정책 기조를 경기 쪽으로 턴(전환)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물가 기조는 하향 안정화하는 모습이다. 한은은 올 연말에는 물가가 반등할 것으로 보지만, 현재의 추세대로면 3분기쯤 관리목표인 2%대 상승률을 볼 수 있다고 예상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3연속 동결하면서 시장 일각에선 연내 금리 인하로 정책을 전환하는 '피벗(Pivot)'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변수는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데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정책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연준이 이달에는 긴축을 한템포 쉬어갈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미국의 과열된 고용시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식지 않고 있어 추가 긴축(베이비스텝·0.25%p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준이 다시 한번 매파(통화긴축 선호) 본색을 드러낸다면 역전된 한미 간 금리차는 2.0%포인트(p)까지 벌어지며 또 한 번 역대 최대를 경신하게 된다. 금리차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외환보유고 감소 등이 우려되면서 한은의 통화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세계은행(WB)과 OECD는 최근 발표한 경제전망을 통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금리인상 장기화, 긴축과정에서의 금융시장·신흥국 불안, 에너지 위기 재점화 가능성 등을 경제의 하방리스크라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