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창립 73주년 메시지"물가 오름세와 경기 상황 차별화""계급장 떼고 할말은 하자"… 내부 소통 독려도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한국은행 창립 73주년 기념사를 밝히고 있다. ⓒ뉴데일리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한국은행 창립 73주년 기념사를 밝히고 있다. ⓒ뉴데일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물가 흐름과 관련해 "근원 인플레이션은 아직 더디게 둔화돼 안심하기 이르다"며 사실상 당분간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 창립 73주년 기념사에서 "지난해 우리나라 물가가 6.3%까지 높아져 한은은 기준금리를 3.5%까지 인상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해 지난달 물가는 3.3%까지 낮아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눈에 띠게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수개월 째 4%대에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 "물가와 성장 간 상충관계 중요"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 둔화속도를 면밀히 점검하고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측면의 리스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변화도 함께 고려하면서 정책을 더욱 정교하게 운용할 것"이라 강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까지 3연속 기준금리를 현 3.50%로 동결한 가운데 호주·캐나다 등 주요국이 물가 변동을 이유로 기준금리 동결 후 재인상 기조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통화정책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애초 시장에선 오는 15일로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이들 국가처럼 '깜짝' 인상할 것이란 시각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이 총재는 "지난해는 우리 국민 사이에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해야한다는 공감대가 있었으나 올해는 국가 별로 물가 오름세와 경기 상황이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물가와 성장 간 상충관계(trade-off)에 따른 정교한 정책 대응이 중요해 졌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나라별로 차별화된 경제 여건 속에서 보다 정교한 정책 운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안정을 도모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가장 잘 제시하는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을 적극 수행할 것"이라 밝혔다. 


    ◆ "비은행 지급결제 제도개선방안 마련"

    이 총재는 최근 비은행 금융기관의 수신 비중이 은행권을 넘어선 점을 강조하며 비은행권 지급결제 방안과 관련해 '제도 개선' 의지를 밝혔다. 

    앞서 한은은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결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해당 논의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여왔다. 

    그는 "비은행의 중요도와 시스템의 복잡성이 증대됐고 은행만을 대상으로 해선 국민경제 전체의 금융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이 없다는 이유로 이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독기관과 정책공조를 강화하고 필요하다면 제도개선을 통해 금융안정 목표 달성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 "직원들, 계급장 떼고 할 말은 하자"

    이 총재는 내부적으로도 "우수한 인재를 뽑는 노력 이상으로 직원을 최고 수준 전문가로 양성하는 방향으로 인사 정책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왜요', '제가요?', '지금요?'라고 되묻는 경향이 많다고 들었는데 한은에선 이런 질문을 더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하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계급장 떼고 할 말은 하자는 것이라며 간부들은 젊은 직원들이 자유롭게 관행에 도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후세대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한 책무임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올해는 중앙은행 본연의 자기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변화를 선도하는 한은이 되도록 저부터 앞장서고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