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협의회, 병원 기능·상징성 배제… 경제 논리에만 몰두서울 중구 유일 대학병원 역할론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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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제대서울백병원
    서울백병원이 폐원 결정이 일주일 남짓 남은 가운데 교수들이 이사회 안건 상정을 막아야 한다고 반발했다. 누적 적자 규모가 커져 경영정상화가 어렵다는 이유로 병원을 없애겠다는 법인의 판단과 달리 의료진은 환자에 대한 책임감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일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는 "5월 말 경영정상화 TFT에서 서울백병원 폐원 안건을 법인 이사회에 상정하겠다고 결정한 후 지난 2일 병원장으로부터 메일을 하나 받은 것이 전부였다"며 "너무나도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병원장이 교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는 "작년 12월부터 진행됐던 외부경영 컨설팅 결과, 여러 회생 방안을 모색해봐도 병원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TFT가 판단했다"며 "그간 교직원들의 노력을 알기에 너무 죄송스럽다"는 내용이 담겼다. 

    물론 오는 20일 이사회 이전까지 결정된 바 없으며 병원장으로서 '병원 유지'를 위해 힘쓰겠다는 언급도 있었지만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현 상황에선 1700억원이 넘는 누적 적자로 인한 폐원으로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교수들은 서울백병원이 수행하는 기능을 경제적 논리로만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병원 유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조영규 교수협의회장은 "서울 중구의 유일한 대학병원인 서울백병원을 누적적자가 크다로 폐원하는 것은 설립자인 백인제 박사가 지하에서 통곡할 일"이라며 "응급환자를 이송할 병상이 부족해 지역민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데 심각한 의료공백을 방조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병원의 자산과 수익은 병원에 재투자되지 않고 형제 병원의 건립, 법인 운영을 위해 사용된 데다 법인이 되살리려는 어떤 대책도 없이 폐원만을 고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간 법인의 요구로 레지던트 수련도 없앴고 지역 응급의료센터도 포기하고 대규모 인력감축도 강행했지만 결국 이러한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조 협의회장은 "병원의 위기는 곧 법인의 위기임을 인식해야 한다"며 "각 병원의 적자가 늘고 있는데 각각의 특성을 살려 회생시키고 발전시킬 전략과 대책이 법인에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어 "처절한 고민 없이는 함부로 폐원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오는 20일 이사회서 폐원 안건 상정을 중단하고 교직원들과의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