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인제학원 이사회서 최종 결정… 1745억 적자전체 '고용 유지' 전제조건… 부산행 반발 예상 부지·건물 운영은 추후 검토… 서울시 '용도변경 금지' 예고
  • 서울백병원이 문을 닫는다. 서울 도심에서 82년간 의료 버팀목으로 자리잡았지만 가중된 경영난으로 인해 폐원이 결정됐다. 

    20일 인제학원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이사회를 열어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 TFT에서 상정한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논의했고 최종 의결했다. 

    이사회 측은 "그간 치열한 경영정상화 노력에도 누적적자가 심화됐고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라며 "매각 등의 강력 조치가 필요하다는 컨설팅을 받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백병원은 지난 2004년 73억원 손실을 보며 적자로 돌아섰고 올해까지 누적 적자만 1745억원(의료이익 기준)에 달한다. 그간의 적자는 일산·상계·부산·해운대 백병원 등 4곳의 형제병원 수익으로 충당했다. 

    폐원이 확정됨에 따라 서울백병원은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으로 문을 연 지 8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2004년 중앙대필동병원, 2008년 이대동대문병원, 2011년 중앙대 용산병원, 2021년 제일병원에 이어 서울 도심 속 주요 병원이 문을 닫게 되는 것이다.

    ◆ 386명 '고용 유지' 관건… 급작스런 부산행 반발 예상

    6월 1일 기준 서울백병원 구성원 수는 386명(전임교원 28명, 비전임교원 19명, 인턴 7명, 간호직 199명, 기타일반직 133명)이다. 

    이날 이사회의 핵심 안건은 고용 보장이었고 이들 모두를 4곳의 형제병원에서 받기로 했다. TFT를 별도로 구성해 대응하기로 했다. 

    폐원 이후에도 고용 보장을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교직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서울백병원 소속 일반직 직원은 "선택지는 일산이나 상계로 가는 것뿐만 아니라 부산으로 갑자기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라며 "이 경우 사실상 퇴사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조영규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장은 "생활권이 다른 부산지역으로의 전환배치를 몇 명이나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라며 "동의 없이 타 지역으로 전출 보내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교직원 탄압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입구에서 서울백병원 직원과 노조원들이 폐원안 의결에 반대하며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입구에서 서울백병원 직원과 노조원들이 폐원안 의결에 반대하며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시 용도변경 차단… 인제학원 "모든 방향 열어두고 검토" 

    서울백병원 부지·건물의 운영 및 향후 처리 방안은 추후 별도의 논의를 거쳐 결정된다. 부동산 가치는 2000억~3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시는 서울백병원 부지·건물을 종합병원으로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상업적 이용 등 다른 용도로 활용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즉, 용도변경 금지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백병원처럼 시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사회적 책무가 따르는 의료기관은 지역사회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그 역할을 지속해 나아가야 되며, 서울시도 함께 다각도로 고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인제학원은 "부지·건물을 새병원 건립이나 미래혁신데이타센터로 운영하는 방안을 비롯해 수익사업, 매각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떠한 형태로 운영하게 되더라도 창출되는 재원은 전부 형제 백병원에 재투자해 환자들에게 최적의 치료, 더 좋은 의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