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 전자상가 "단통법은 무용지물"불법보조금 천차만멸… 시장교란·소비자 불평등 여전실효성 의문 속 방통위-과기정통부, 단통법 개정 논의 귀추 주목
  • ▲ 고객들이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집단상가를 구경하고 있다.ⓒ박윤경 기자
    ▲ 고객들이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집단상가를 구경하고 있다.ⓒ박윤경 기자
    단통법(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의 실효성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불법보조금이 ‘막판’ 기승을 부리고 있다.

    13일 방문한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내 휴대폰 집단상가에는 이른 시간에 불구하고 고객들로 북적였다. 9층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에서 “비교해보고 가세요”, “맞춰줄게요”라며 상냥한 미소로 상담을 권했다.

    열띤 호객행위는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불케 했다. 공산품인 휴대폰 가격이 그날 들어온 싱싱한 횟감 가격처럼 들쑥날쑥 날뛰었다. 휴대폰 가격이 ‘싯가’로 널뛰는 데는 고질적인 불법보조금과 이를 부추기는 단통법의 폐해가 있었다.

    한 판매업자는 “0원으로 만들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100만원이 훌쩍 넘는 갤럭시·아이폰 최신 기종을 ‘공짜’에 주겠다고 유혹했다. 대신 고가의 요금제를 써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발품을 더 팔자 공식 출고가 115만원 상당의 갤럭시S23(256GB)의 가격은 13만원으로 떨어졌다. 원래 가격이 170만원인 아이폰14 프로(256GB)의 가격은 79만원으로 수직 낙하했다. 직접 방문한 대리점 대부분은 공시지원금 50만원에 불법보조금 40만원을 더해 고객들을 유혹했다. 

    단통법에 따라 공시지원금의 15% 이상을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대리점 170여곳이 무한경쟁을 펼치는 신도림 전자상가에서 단통법은 무용지물이었다. 판매업자들은 단속을 피해 계산기에 은밀하게 숫자를 적어가며 불법보조금을 제시했다. 

    단통법은 통신사들의 마케팅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2014년 시행됐다. 하지만 오히려 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들의 정보 불균형을 야기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장창구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사무국장은 “단통법 유지에도 불구하고 성지가 계속돼 수많은 대리점이 폐업했고 소비자도 휴대폰을 똑같이 구매할 수 없다”며 “퇴행적이고 실효성 없는 단통법의 폐지를 주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내년 총선을 앞둔 정부는 ‘민심’을 고려해 단통법을 개정 및 폐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지원금 한도를 15%에서 30%로 상향해 경쟁을 활성화하고 혜택을 증가시키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도 “서비스 요금과 단말기 요금 등을 깊게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방통위의 ‘여건이 되지 않아’ 단통법 개정 논의에 진척이 잘 안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통법 개정은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을 둘러싼 법정 공방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방통위는 현재 한 전 방통위원장이 면직처분 되면서 김효재 상임위원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차기 방통위원장이 선임된 후에 단통법 개정 역시 속도가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