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 경색에 주요 기업 긴장 ↑올해 1분기 중국 시장 역직구 규모 6550억원… 전년比 2배 늘어"직접적 제재는 아직… 상황 예의 주시 중"
  • ▲ 11번가 내 글로벌 페이지ⓒ11번가
    ▲ 11번가 내 글로벌 페이지ⓒ11번가
    한국과 중국 외교 관계가 경직되면서 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대 시장인 중국의 판로가 막힐 경우 전략 수정 등 대책 마련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소 가라앉던 한중 갈등은 최근 다시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 8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중국 패배에 배팅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한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 외교부는 다음 날인 9일 싱하이밍 대사에 항의에 나섰고, 이어 10일 중국은 정재호 주중대사를 불러 불만을 표했다. 갈등이 깊어지자 일각에서는 한한령(限韓令)이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앞서 지난달 G7 정상회의에 한국이 참관국 자격으로 참석한 이후 중국 내에서 네이버 접속이 차단되고 연예인의 중국 프로그램 출연이 취소되기도 했다. 중국이 국내 포털 사이트 접속을 막은 것은 2019년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이후 4년만이다.

    현재까지 국내 기업에 대한 중국의 직접적인 제재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갈등이 심화될 경우 사드 배치 당시와 마찬가지로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대중 관계가 경색되면서 중국 시장에서 직구·역직구 등 사업을 영위하는 이커머스 기업들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산업 규모가 급성장하는 만큼 중요한 시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트라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중국 수출입 전자상거래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27.8%에 달한다. 올해 1분기 국내 기업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직구 규모도 6550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했다.

    국내 기업들의 중국 사업도 활발하다. 쿠팡은 2017년 쿠팡글로벌LCC 법인을 설립하고 미국, 중국, 홍콩 상품을 국내에 판매하는 ‘로켓직구’를 도입한 바 있다. 지마켓과 11번가 역시 역직구 소비자들을 위한 전용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도 있다. 알리바바의 해외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 3월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 알리바바는 코트라와 함께 국내 기업 제품을 알리바바닷컴 내 코트라 계정에서 소개하고 해외 바이어 발굴 및 커뮤니케이션을 대행하는 연간 지원사업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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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DB
    촉각을 기울이는 것은 이커머스 업계 뿐만 아니다. 중국 시장에서 실적이 줄어들고 있는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10년대 20%대에서 올해 1분기 0.8% 수준으로 급락했다. TV 시장 점유율도 1% 수준에 그쳤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16년 중국 시장에서 178만대 판매고를 올렸지만 2019년 사드보복 이후 점차 줄어 지난해에는 34만대를 기록했다.

    뷰티업계도 마찬가지다. 아모레퍼시픽 해외 사업 매출은 1분기 기준 중국 매출 하락 여파로 전년 대비 16.8% 줄어든 349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36.9% 줄었다. 아모레퍼시픽 해외 매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에 달한다.

    LG생활건강 역시 1분기 사업 매출이 7015억원을 기록하며 0.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1.3% 줄어든 612억원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 역시 중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한한령에 직격탄을 맞았던 면세 업계도 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수요가 늘고 있지만 한중 관계가 경색되며 단체관광 수요 회복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관광통계에 따르면 4월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10만5967명으로 전년 동기(1만230명) 대비 935.8% 증가했다. 올해 1월(2만4946명)과 비교해도 4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의 코로나19 이전 대비 회복률이 24%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중국이 수출입을 규제하거나 한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 것은 아닌 상황”이라면서 “다만 외교 마찰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만큼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