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현대차 파업 손해배상 사건 '20억원 배상' 원심 파기"조합원 배상책임, 노조와 동일하면 단결권 단체행동권 위축 우려"
  • 공장을 위법하게 점거해 조업을 중단시킨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 사측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때 행위의 가담 정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은 15일 현대자동차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일부 승소 판단을 파기환송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피고들이 비정규직지회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한다는 전제에서 피고들의 책임을 50%로 제한한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는 2010년 11월부터 12월까지 현대자동차 주식회사 울산공장 1, 2라인을 점거해 278시간 동안 공정이 중단됐다.

    현대차는 2010년 11월 노조의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하여 조업이 중단돼 고정비용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며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29명을 상대로 전체 손해액 135억7천만원 가운데 20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후 일부 조합원들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면서 4명의 조합원에 대해서만 배상 책임을 묻게 됐다.

    울산지법은 2013년 11월 1심에서 조합원 1명에 대한 청구만 기각하고 나머지 조합원들에 대한 현대차측의 청구를 모두 인용했다.

    부산고법 역시 2017년 9월 조합원들의 위법한 쟁의행위 가담에 따른 고정비용 상당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그 책임을 50%로 제한한 135억원으로 산정했지만, 현대차가 청구한 배상금 20억원을 넘을 수 없어 20억원의 배상금만 지급하라 판단했다.

    대법원은 "조합원은 (노조의) 방침이 정해진 이상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의심이 간다고 하여도 노동조합의 지시에 불응하기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급박한 쟁의행위 상황에서 조합원에게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일일이 판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의 단결권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 주도한 주체인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고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도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이 추진하는 '노란봉투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은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개별 노조원에 대한 기업의 과도한 청구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노란봉투법은 2014년 쌍용차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에게 27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자 시민들이 노란봉투에 모금운동을 하면서 이름이 유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