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추위 구성돼 조만간 공모 돌입… 8월 이후 선임 예정요금 동결·임금 반납 거부·잇딴 퇴사 등 안팎으로 '위기'신임 사장 선임으로 변곡점 맞을까… 우려·기대 혼재
  • ▲ 한국전력공사.ⓒ연합뉴스
    ▲ 한국전력공사.ⓒ연합뉴스
    정승일 전 사장의 사퇴 이후 2달여 공석인 한국전력공사의 차기 사장 자리가 오는 8월 이후 채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적자난' 파장 속에 3분기(7~9월)를 맞은 한전은 전기요금 동결과 내부 구성원의 잇단 퇴사, 자구책을 둘러싼 노·사 갈등 등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다.

    21일 한전에 따르면 이달 초 구성을 마친 임원추천위원회를 바탕으로 이른 시일 내 공모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공모 절차에는 2개월여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8월이면 내정자에 대한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날 전망이다. 한전의 리더십 공백이 8월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마평에는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 부위원장을 맡았던 김동철 전 국회의원과 김종석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이 유력하게 오르내린다. 이밖에 박일준 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조석 전 현대일렉트릭 사장,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등도 후보로 꼽힌다. 일각에선 벌써 낙하산 논란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한전은 안팎으로 여러 위기를 맞고 있다.  일단 3분기 전기요금 조정에서부터 정부와 의견이 갈렸다. 한전은 이날 연료비 조정단가를 5원으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정부의 뜻에 따른 행보다. 애초 한전은 오는 2026년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올 3·4분기에 30원을 더 인상해야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번 동결로 인해 한전의 경영 정상화 계획은 다소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연이은 요금 인상이 국민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 판단해 동결을 선택했다. 전기요금은 지난해부터 총 5번에 걸쳐 40.4원 올랐다. 국민은 3분기 '냉방비 폭탄'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해서 제기해 왔다. 하향 안정화 추세로 진입한 소비자물가가 공공요금 인상으로 인해 들썩일 수 있다는 것도 정부로선 고민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아울러 정부는 한전의 '역마진' 구조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동결 이유로 꼽는다. 한전이 전력을 팔고도 적자를 내는 근본적인 이유는 구입단가가 판매단가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한전 '전력월보'에 의하면 1kWh(킬로와트시)당 구입단가에서 판매단가를 뺀 역마진 금액은 올 1월 17.2원에서 4월 7.8원으로 크게 줄었다. 국제 에너지 가격도 석유류를 중심으로 안정화하고 있다.
  • ▲ 서울 시내 한 건물의 전자식전력량계 모습.ⓒ연합뉴스
    ▲ 서울 시내 한 건물의 전자식전력량계 모습.ⓒ연합뉴스
    하지만 한전은 재정난 해소를 위해 요금 인상 밖에는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한전은 지난해 32조 원 규모의 역대 최대 적자를 냈다. 올해도 7조 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한전이 연내 인상 목표로 제시한 56.1원 중 1분기(1~3월)와 2분기(4~6월)를 합해 21.1원 밖에 인상되지 않았다. 이는 인상 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전은 2026년까지 25조 원 규모의 자구책도 수행해야 하는 처지다. 이 중 '전 직원 임금 인상분 반납' 계획을 두고는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내부 전언에 의하면 경영진의 설득 작업에도 한전 구성원들은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은 적자난은 오롯이 한전만의 책임이 아니며 요금을 오래 동결해온 정부와 '역마진' 구조 탓이라고 주장한다. 적자 탓을 구성원들의 잘못으로 돌리고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견해다.

    이런 노·사 간 갈등은 지난달 22일 노사협의회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이날 노사협의회에서 한전은 조합원에게 임금 인상분 반납에 동참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노조는 '명분 없는' 반납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표했다. 한전은 임금 교섭에 반납건을 포함해 논의를 이어가겠단 계획이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진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의 이런 녹록잖은 분위기를 방증하듯 퇴사자는 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올 들어 6개월여 동안 정년 퇴직을 제외한 퇴사자는 110여 명이다. 재작년 한 해 동안 170여 명이 퇴사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상반기만에 65% 선에 도달한 셈이다. 한전은 공공기관 중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편에 속해 이런 현상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차기 한전 사장은 이런 안팎의 부담요인들을 모두 짊어진 채 경영 정상화의 선봉에 나서야만 하는 처지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한전의 적자난이 3분기 이후 흑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전 안팎에선 세평에 오르내리는 인물들을 두고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한전 한 관계자는 "임추위를 구성할 때부터 이미 인선에 대한 여러 우려와 기대가 나오고 있었다. 절차를 시작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임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내부의 뒤숭숭한 분위기 등을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춘 경영자가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