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까지 관리재정수지 -45.5兆… 연간 전망치 58.2兆의 78% 도달재정적자·나랏빚 급증에… 韓 국가경쟁력 재정부문 32→40위 곤두박질기재위, 재정준칙 살핀다며 유럽출장까지 다녀왔지만 논의는 뒷짐민주당, 35兆 규모 추경 주장… 국민의힘 "일단 쓰고 보자는 무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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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28위로 지난해보다 1계단 하락했다. 고용이나 물가 등 경제성과 부문에서는 14위로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지만, 재정건전성 악화로 재정부문에서 8계단이나 밀려나며 40위를 기록했다. 재정이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이 악화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직전 문재인 정부에서 무분별하게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며 나랏빚을 가파르게 늘려놨기 때문이다. 국가채무는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5년간 400조 원이나 불어났다.

    국가채무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2000억 원(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36%)이었지만, 지난해는 1068조8000억 원(GDP 대비 49.7%)으로 늘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국가채무를 1134조4000억 원(GDP 대비 50.4%) 규모로 전망했다.

    이에 더해 재정수지도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1~4월 국세수입은 1년 전보다 33조9000억 원이 부족하다.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각종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관리재정수지는 45조4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4월까지 국가채무는 1072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전망치인 1134조4000억 원의 94.5%에 육박한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올 1분기(1~3월) 기준으로 국세수입(-24조 원)을 적용했을 때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이 마이너스(-)3.7%라고 예상했다. 이는 정부가 법제화를 추진하는 재정준칙의 관리 수준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정부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GDP의 3% 이내로 유지하는 내용을 법에 명시하는 것이다. 재정준칙에 따르면 국가채무비율이 GDP 대비 60%를 넘어가는 경우에는 적자 폭을 GDP의 2% 이내로 타이트하게 관리해야 한다.

    경기 부진에 세수펑크까지 겹치면서 관리재정수지는 앞으로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54조 원까지 커졌던 관리재정수지는 4월 현재 -45조4000억 원으로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적자가 심한 상태다. 정부가 전망한 올해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58조2000억 원임을 고려하면 4월까지 이미 78% 수수준에 도달한 셈이다.

    문제는 하반기 경기 개선 여부가 안갯속이라는 데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0.2%포인트(p) 낮춰 잡았다. 지난해 2월 2.5%로 제시한 이후 2.4%, 2.1%, 1.7%, 1.6%, 1.4%로 3개월마다 총 5차례 하향 조정됐다. 한은의 올해 경기 전망이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애초 중국경제 회복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했지만, 연기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올해 경기 흐름을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예상하지만,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에 따라 재정준칙 법제화를 더는 미뤄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실 재정준칙 법제화는 윤석열 정부에서 처음 추진하는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홍남기 경제팀에서 추진했지만,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막혀 법제화가 좌절됐다. 당시 민주당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재정이 역할을 해야할 때 경제부총리가 나서서 이를 막고 있다"며 홍 부총리를 강도높게 비판한 바 있다.
  • ▲ 지난 2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 지난 2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결국 문재인 정부 시절 늘어난 나라빚과 이루지 못한 재정준칙 법제화는 고스란히 윤석열 정부의 과제로 남게됐다. 하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부·여당은 재정준칙 법제화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데 한계를 겪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해부터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고 했지만, 민주당이 거세게 반대하며 현재까지 기재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일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다른 안건에 밀려 논의 테이블에도 올라가지 못했다. 여야 의원들이 재정준칙을 법제화한 나라를 둘러보겠다며 지난 4월 9000만 원의 경비를 들여 유럽 출장을 다녀왔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오는 27일 다시 경제재정소위가 예정돼 있지만, 기재부 내부에서는 이날도 재정준칙을 논의할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야당은 재정수지 악화에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돈 풀기에 혈안인 모습이다. 35조 원 규모의 추경을 주장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재정 중독, 일단 쓰고 보자는 무책임 정치에 대한 제어장치가 필요하다"며 "재정준칙은 문재인 정부 시절 하자고 했는데, 왜 말만 해놓고 안하느냐. 추경 중독도 이제 끊어야 한다. 전부 다 빚 얻어서 퍼주자는 거 아니냐. 이는 조삼모사(朝三暮四)로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