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리스크 확대에도 코스피 상승 마감러시아 내분에 원유 가격 급등 가능성 ↑러‧우 전쟁 긴장감 여전…증시 변동성 전망
  • 코스피가 러시아 정치 불안 위험 재부각에도 불구하고 상승 마감했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국내 증시도 일각의 우려와 달리 선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재확대된 지정학적 리스크에 의한 불확실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 기대감이 상충하며 증시는 당분간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10포인트(0.47%) 오른 2582.20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4.66포인트(0.53%) 오른 879.50에 마감했다.

    이날 국내 증시는 지난주 미국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순매수에 오히려 상승 마감했다.

    실제 코스피에서는 외국인이 139억원을 사들이며 6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전환했다. 기관도 2307억원 매수 우위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코스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058억원, 564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날 국내 증시는 개장 전 러시아 내전 사태에 따른 유가 등에 영향을 받아 변동성 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실제 주요 외신에 따르면 24시간 만에 러시아 반란 사태가 극적으로 해결되긴 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리더십이 치명상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외신들은 약해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엘리트들이나 러시아 내 체첸공화국, 타타르공화국 등의 지도자들로부터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의 러시아 안보문제 전문가 마크 갈레오티 교수는 더타임스에 "푸틴은 당면한 도전을 완화하거나 제압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치명상을 입었음이 입증될 것"이라며 "역사가 그의 몰락을 기록할 때 여기서 최후의 게임이 시작됐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긴장감 속에 러시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프리고진의 반란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최종적으로 미칠 영향은 불분명하지만 이로 인한 불확실성과 긴장도 다시 높아지면서 당분간 증시의 변동성을 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러시아 내분이 원유가격 급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지난해 러·우 전쟁 여파로 원유 시장이 흔들려 유가가 급등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심화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당장에 발현되지는 않겠으나 러시아발 정치 불확실성이 이들과 우크라니아와의 전쟁 종결을 둘러싼 불확실성이라는 채널을 통해 유가, 곡물 등 원자재 가격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음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태가 빠르게 일단락됐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협상으로 마무리됐지만 러시아의 전쟁수행 능력이 소진되고 있음이 드러났고 이제는 전쟁 이후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면서 "러시아가 전열에서 이탈하면 중국도 미국에 완화적 시그널을 보낼 수밖에 없다. 하반기 주식시장이 크게 오른다면 그것은 지정학적 문제 해결에서 비롯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시장이 전쟁보단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경계감을 보일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5월 미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전월보다 0.7% 하락한 106.7을 기록했다. 이는 14개월 연속 하락세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하는 5월 전미활동지수(NAI)는 -0.15를 기록해 한 달 만에 마이너스대로 떨어졌다. 지수가 마이너스대이면 장기평균 성장세를 밑돈다는 의미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제지표는 미국의 경기 둔화, 더 나아가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라면서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수출 둔화가 지속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국내 증시에도 부담"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