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이어 삼양식품도 다음달 주요 제품 가격 인하라면·제과 등 식품업계 "상황 예의주시"국제 밀 가격 최근 안정화 추세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정부가 전방위적인 가격 인하 압박에 식품업계 백기를 들었다. 국내 라면업계 1위 농심에 이어 삼양식품까지 주요 제품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7월부터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한다. 농심이 신라면 가격을 내리기는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이에 따라 소매점 기준 1000원에 판매되는 신라면 한 봉지의 가격은 50원, 1500원인 새우깡은 100원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농심이 국내 제분회사로부터 공급받는 소맥분의 가격은 오는 7월부터 5% 인하될 예정이다. 농심이 얻게 되는 비용절감액은 연간 약 80억원 수준이다. 이번 가격인하로 연간 200억원 이상의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양식품도 7월부터 삼양라면, 짜짜로니, 맛있는라면, 열무비빔면 등 12개 대표 제품 가격을 평균 4.7% 인하한다.

    삼양라면은 5입 멀티 제품 할인점 판매가 기준 3840원에서 3680원으로 4%, 짜짜로니는 4입 멀티 제품 기준 3600원에서 3430원으로 5%, 열무비빔면은 4입 멀티 제품 기준 3400원에서 2880원으로 15% 각각 인하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가격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60년 전통의 국민 라면인 삼양라면 등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제품을 포함한 10여 종의 다양한 품목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오뚜기와 팔도도 내부적으로 라면 가격 인하를 검토하는 단계로 조만간 구체적인 인하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밀가루를 주원료로 하는 제과·제빵업계 역시 이번 사안을 주시하고 있다. 다만 밀가루뿐만 아니라 매장 운영에 쓰이는 전기세·인건비 등 각종 제반 비용이 오르면서 쉽사리 가격 인하에 동참하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밀가루 뿐만 아니라 매장 운영을 하다보니 전기세, 인건비 또한 올랐다"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가격 조정 검토에 나서는 데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가격 인하 압박 때문이다. 추 부총리가 지난 18일 한 방송에서 지난해 라면 업체들이 가격을 올린 것에 대해 지적했다.

    당시 추 부총리는 "지난해 9~10월에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정도 내렸다"면서 "업체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대응해 줬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라면에 이어 밀가루까지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나선 이유는 국제 밀 가격은 최근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국제 밀 선물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난해 5월 t당 419달러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해 11월부터 이달까지 300달러 미만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달 밀 선물가격은 t당 243달러로 지난해 5월의 58% 수준으로 급락한 상태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0년 식품업계는 라면 가격 인하를 시작으로 업계 전반으로 가격을 내린 적이 있다. 당시 김동수 기획재정부 차관은 "밀가루 값이 내린 만큼 업체들이 라면, 빵 등 주요 품목 가격을 내려주길 원한다"고 발언한 뒤 결국 가격 인하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