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저신용 등급 기업 자금조달 활성화 기대두산퓨어셀·한진 등 BBB급 회사채 수요예측 흥행 잇따라"일정 부분 순기능…지속 가능성 보장 어려워" 평가
  • 하이일드펀드 분리과세 혜택이 6년 만에 부활했다. 비우량 회사채 시장 유동성 공급을 위해 도입된 이번 세제 혜택이 꽉 막힌 저신용 등급 기업의 자금조달 경로를 열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가입하는 하이일드펀드는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시행에 따라 오는 2024년 12월 30일까지 하이일드펀드에 가입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가입일로부터 3년간 1인당 3000만원까지 발생하는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이 종합소득에 합산되지 않고, 지방세 포함 15.4%의 원천세율을 적용해 분리과세한다.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은 2025년까지 받을 수 있다.

    하이일드펀드에 대한 분리과세 혜택은 2014년 도입돼 3년 뒤 종료됐다가 6년 만에 부활했다. 저신용 등급 채권의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고위험·고수익 펀드'를 뜻하는 하이일드펀드는 국내 채권에 60% 이상 투자하면서 신용등급이 BBB+ 이하인 저신용등급 채권을 45% 이상 편입한다. 시장에서 투심을 얻기 어려운 저신용등급 기업들이 자금조달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때문에 하이일드펀드는 비우량회사채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중요한 경로로 여겨진다. 종료됐던 세제 혜택이 다시 부활한 것도 올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비우량채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영향이다. 

    실제 올해 1분기 무보증회사채 발행물량 33조2000억원 중 약 70%는 우량채(AA-등급 이상)였다. 우량채 미매각률은 0.6%지만 A등급 미매각률은 15.8%, BBB+등급 이하 미매각률은 37.9%였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 영향에 공모주 투심까지 위축되면서 국내 설정된 하이일드혼합형 펀드 22개에선 최근 1년 동안 9000억원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업계는 이번 세제 혜택 도입으로 비우량채 시장에 온기가 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약 3조원의 신규 자금이 하이일드펀드에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최근 비우량 회사채의 수요예측이 잇따라 흥행하고 있다. 

    지난 29일 한진은 1년물 150억원, 2년물 250억원 등 총 400억원에 대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목표금액의 6배가 넘는 261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1년물에 450억원, 2년물에 2160억원이 각각 들어왔다. 

    BBB급 회사채 흥행의 포문은 지난 20일 두산퓨어셀이 열었다. 두산퓨얼셀은 4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880억원의 투자수요를 확보했다. 회사채 시장에서 BBB급 발행사가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거둔 건 지난달 초 한솔테크닉스(BBB+) 이후 50여일 만이다. 이달 초 건설사 한양(BBB+)은 6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투자수요는 140억원에 그친 바 있다.

    두산퓨어셀에 이어 한진까지 비우량 회사채 수요예측이 잇따라 흥행하면서 내달 3일 BBB급인 JTBC의 회사채 수요예측에도 이목이 쏠린다.  

    다만 하이일드펀드 세제 혜택이 어느 정도 시장의 온기를 돌게 할 장치가 될 순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제 혜택이 자금 유입에 일정부분 도움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이런 세제 혜택이 없으면 투자수요 자체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들에 대해 개별적으로 투자 수요가 발생하기 쉽지 않은 시장구조상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성이 보장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황 연구위원은 "현재로선 세제 혜택 없이 비우량채 시장이 활성화되긴 쉽지 않기에 제도 자체가 주는 의미는 뚜렷하지만 시장 전체로 온기가 확산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