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혼인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한도 확대 검토실효성 의문… 앞서 與 '자녀수 공제확대' 안도 뭇매자녀 분산신청·나이제한 등 불합리… "세액공제 개편이 더 효과적"
  • ▲ 병원 신생아실 ⓒ연합뉴스
    ▲ 병원 신생아실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증여세를 깎아주는 방안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세금을 깎아준다고 계획에 없던 자녀를 낳겠냐는 지적부터 부(富)를 물려줄 부모가 있어야만 혜택을 볼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는 혼인 시 결혼자금에 한해 증여세 공제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부모나 조부모가 성인 자녀나 손주에게 재산을 증여할 경우 10년 동안 5000만 원에 한해 공제를 해준다. 정부는 이를 1억 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공제금액을 늘리면 결혼이 늘고 자연스럽게 출산도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여론은 냉담하다. 젊은 세대가 자녀 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높은 집값과 일·육아 병행의 어려움, 취업난, 경제적 부담 등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는데, 세금을 깎아준다는 것만으로 출산이 증가하겠냐는 반응이다.

    앞선 3월에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자녀 수에 따라 증여세를 공제해주겠다는 대책을 내놨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예를 들어 본인이 부모에게서 증여받을 때 5000만 원까지만 공제가 되는 것을 1자녀는 1억 원, 2자녀는 2억 원, 3자녀는 4억 원까지 공제를 확대해주는 것이다. 또 20대 남성이 자녀 3명 이상을 출산했다면 병역의무를 면제해주는 방안도 검토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정부와 여당이 증여세 공제한도를 계속해서 언급하는 이유는 공제금액이 지난 2014년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늘어난 이후 10년간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득이나 물가는 꾸준히 올랐지만, 증여세 공제한도는 변하지 않으면서 공제한도 확대 요구가 제기돼왔다.

    전문가들도 물가인상 등을 고려해 공제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증여세 공제한도를 확대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부모 세대의 부가 젊은층으로 이동해야 한다"며 "다만 부모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기 어려운 청년들에게는 다른 지원방안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 ▲ 초등학교 학생들 ⓒ연합뉴스
    ▲ 초등학교 학생들 ⓒ연합뉴스
    정부·여당이 내놓은 증여세 감세 정책이 고령화 등으로 인해 부모 세대의 부가 고령층에 머물면서 '자산 잠김'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면 수긍이 간다는 의견이 많다. 부모 세대는 소비지출 성향이 낮은 편인데 반해 젊은 세대는 한창 경제활동을 하며 소비성향도 강하다. 내수활성화와 소비진작을 위해서도 증여세 공제한도는 긍정적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이를 저출산 대책으로 내놓으면서 눈총을 받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부모의 재정 지원이 가능한, 소위 말해 '있는 집' 자녀들만 혜택을 보는 혼인 증여세 공제한도 확대보다 소득과 상관 없이 모든 근로자가 적용받을 수 있는 연말정산을 더욱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말정산 중 자녀세액공제 항목은 정부의 출산 장려 기조에 따라 셋째 자녀 이상부터 공제액을 2배로 늘려주고 있다. 자녀가 1명이면 15만 원, 2명이라면 15만 원의 공제를 추가로 받을 수 있지만, 셋째 이상 자녀부터는 30만 원의 추가 공제 혜택을 준다. 가령 자녀가 3명이라면 60만 원, 4명이라면 90만 원을 받는 식이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맞벌이 부부가 연말정산을 할 때 이런 세액공제 혜택을 제대로 누리기 어려운 사례가 발생한다. 본인은 자녀 1명, 배우자는 자녀 2명을 기본공제대상자(부양가족)로 각각 신청하는 경우다. 맞벌이 부부가 한 푼이라도 더 공제받으려고 3명의 자녀를 나누어서 신청한 경우다. 이 때 본인은 자녀 1명, 배우자는 자녀 2명만 있는 것으로 간주돼 자녀세액공제는 본인 15만 원, 배우자 30만 원을 받는다.

    만약 부부 중 한 명이 자녀 3명을 모두 기본공제대상자로 신청했다면 60만 원을 받게 된다. 자녀 수는 변함이 없는데 공제세액은 자녀 1명분에 해당하는 15만 원이 차이 나는 셈이다. 현재는 기본공제대상자로 올린 부양가족에 대해서만 교육비나 의료비, 신용카드 지출 등 각종 공제를 받을 수 있기에 소득이 월등히 차이나지 않는 한, 부양가족을 분산해 공제받는 것이 맞벌이 부부의 연말정산 팁(Tip)으로 알려져있다.

    더구나 자녀세액공제 대상은 올해부터 만 8~19세 자녀까지만 공제가 된다. 예를 들어 첫째 자녀가 만 20세, 둘째 자녀가 만 17세, 셋째 자녀가 만 15세라면 자녀세액공제는 둘째와 셋째 자녀 2명분인 30만 원만 받을 수 있다. 첫째 자녀가 만 19세였다면 막내인 셋째 자녀는 30만 원의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첫째 자녀가 나이 제한에 걸리면서 아예 공제대상에서 빠져버렸기 때문에 공제금액이 줄어드는 것이다.

    한 세무사는 "다자녀를 양육하는 근로자에게 세 혜택을 더 줘야하는 것이 맞지만, 자녀세액공제에서 셋째 자녀에 대한 공제금액은 경우에 따라 달라진다"며 "첫째와 둘째 자녀에 비해 셋째 자녀에 대해 공제액을 많이 주는 이유가 있는 만큼,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해 그 취지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