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맥주 가격인상 자제 압박에 맥주3사 “인상 검토 無”종량세 도입 후 3년만에 수입맥주와 역차별 논란 정부 눈치는 국산 맥주만… 수입맥주는 연이어 가격↑
  • ▲ 대형마트의 맥주 판매대.ⓒ뉴데일리DB
    ▲ 대형마트의 맥주 판매대.ⓒ뉴데일리DB
    “수입 맥주와의 역차별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난 2020년 맥주의 주세 부과방식이 종가세로 전환된 이후 맥주 제조사 관계자의 말이다. 이 말이 뒤집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3년 남짓에 불과했다. 최근 맥주업계에서는 다시 국산 맥주의 역차별에 대한 볼멘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여기에는 정부가 국산 맥주 제조사의 가격인상을 억지로 누르면서 세금인상에도 불구하고 가격인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반면 통상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수입맥주에 대한 가격 통제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11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맥주 제조사는 현재까지 가격인상에 대한 구체적 추진계획이나 검토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가공식품에 대한 물가인상 자제를 압박하고 나서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주요 이유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가격인상에 대한 움직임이 전혀 없다”며 “아직은 아무래도 시기적으로 안 좋다고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신중론의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소주업계가 가격인상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곧바로 실태조사에 나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국민이 즐기는 품목의 인상에 대해서는 업계의 적극적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고 국세청은 소주업계를 소환해 인상 자제를 ‘설득’하기도 했다. 결국 소주의 가격인상은 무산됐다.

    하지만 맥주업계가 체감하는 무게는 같은 주류여도 소주와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지난 2020년부터 맥주 주세 부과 기준이 가격 기준인 종가세에서 출고량 기준인 종량세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매년 4월 전년의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맥주의 주세를 인상한다. 올해 4월에도 맥주의 주세는 3.75%가 올라 리터당 30.5원 오른 885.7원으로 확정된 바 있다. 종량세 도입 후 최대 규모의 인상 폭이었다.

    2020년 당시만 해도 제조가 기준 높은 세금이 부과되는 국산 맥주와 저렴한 수입가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되는 수입맥주의 역차별 논란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현재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는 동일한 세금이 매겨진다. 

    문제는 국산 맥주만 정부의 가격 통제를 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작 세금은 올랐는데 가격은 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당연히 늘어난 세금에 대한 부담은 맥주업계가 고스란히 끌어안고 있다. 맥주 3사의 출고량에 세금인상분을 단순 계산하면 매달 약 39억원의 수익이 감소한다. 이달까지 4개월간 약 156억원이 증발한 셈이다.

    반면 수입맥주는 정부의 기조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가격인상에 나서는 중이다. 지난 6월부터 맥주 ‘하이네켄’을 비롯해 ‘기네스’, ‘아사히’, ‘칭따오’ 등 약 13종의 수입맥주는 차례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수입맥주에 대해 정부가 제도적 근거가 없는 가격 통제를 시도할 경우 국가간 통상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별다른 조치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같은 세금을 내고도 가격을 못 올리는 국내 맥주사에 대한 역차별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고 토로했다.

    결국 수입맥주와의 역차별 논란에서 비롯됐던 종량세가 정부의 압박으로 인해 또 다른 역차별을 낳는 셈이다. 이는 정부의 자유시장주의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 부총리는 지난해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부가 물가를 직접 통제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밝힌 바 있다. 불과 1년 전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