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GS건설 사태에 전일 채권금리 급등당국 개입·은행권 유동성 공급에 금리 다소 진정세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 "제한적" 평가 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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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새마을금고의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 사태가 정부의 총력 대응으로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GS건설 전면 재시공 결정 악재와 겹치면서 채권시장은 긴장하고 있다. 다만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와 같은 유동성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6.0bp 오른 연 3.795%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3월9일(3.858%) 이후 최고 수준이다. 10년물은 10.2bp 상승해 3.863%로, 지난 11월 16일(3.896%)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통상 채권 금리 상승은 채권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우려는 물론 새마을금고의 뱅크런에 대한 우려가 채권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6월 말 기준 연체율이 6%대까지 급등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지점에서 뱅크런 조짐을 보이자 유동성 확보를 위해 채권을 대량 매각했다. 

    새마을금고가 포함된 종금·상호는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채권 3조214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5월에는 3조1584억원, 6월에는 3조1116억원을 순매수했던 것과 대조된다. 

    신속히 현금을 마련하고자 유동성 자산을 처분하기 위한 차원에서 매물 대부분이 새마을금고에서 나왔다는 게 업계 추정이다. 새마을금고는 채권 약 50조원, 주식 약 1조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마을금고 유동성 위기의 배경이 부동산 PF 부실화라는 측면에서 시장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처럼 시스템적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관련 기업 대출은 연체율이 10%에 육박한다.  

    GS건설이 부실시공에 따른 인천 검단신도시 전면 재시공을 결정하면서 부동산 PF 차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단 관측이 나오는 것도 채권 시장의 불안 요인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GS건설의 주택사업 관련 지급보증 규모는 총 2조9018억원으로 이 중 1조2839억원(44%)은 올해 만기가 도래한다. 

    권준성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과거 유사한 사례를 살펴볼 때 대외신인도 하락 및 서울시의 부정적인 행정처분 전망 등의 요인으로 인해 회사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부동산 PF 차환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회사의 재무적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다만 새마을금고 사태가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유동성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새마을금고 리스크는 부실 현실화라기보다 PF 부실 우려를 반영한 자금 이탈에서 비롯됐다"며 "새마을금고와 GS건설 두 가지 이벤트가 맞물리며 PF 시장은 단기적으로 위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여신사의 자산건전성이 전년 대비 저하됐지만 실제 연체율이나 규제 적용 측면에서 새마을금고처럼 부실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측면에서도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기준 카드 8개사의 실질연체율은 1.5%, 주요 캐피탈 25개사는 1.9%에 불과했지만 같은 기간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5.3%였다.  

    안소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새마을금고는 다른 금융회사와 달리 신용 채권을 발행하는 주체가 아닐뿐더러 은행법의 적용을 받고 있지도 않다. 반면 신용 채권을 발행하는 모든 금융회사들은 금융감독원의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며 "새마을금고 사태가 채권시장에 위기를 가져올 만큼의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국의 총력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행정안전부·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한국은행·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 실무자들로 구성된 '범정부 새마을금고 실무 지원단'이 가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새마을금고중앙회에 상주 근무하며 비상 대응 체계를 이어간다.

    금융당국의 지원 협조 요청에 은행권도 단기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산업은행·기업은행은 최근 새마을금고와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6조원대로 알려졌다.

    실제로 채권 시장은 이 영향으로 다소 진정세라는 평가다. 이날 오전 10시30분 기준 국고 3년물은 전일 대비 5.9bp 하락한 3.733%, 10년물은 5.0bp 하락한 3.804%를 기록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채권 담당자는 "그동안 국고채 금리 상승의 주된 요인이던 미국채 금리가 간밤 큰폭으로 하락한데다 은행권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통해 급한 불을 끈 부분이 일부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다분히 불안 심리에 따른 유동성 이슈인 만큼 불안 심리 진정 및 충분한 유동성 공급 때 단기적으로는 해결이 가능한 사안"이라면서 "정부에서 시스템 리스크 전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모든 수단을 통해 지원할 것인 만큼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