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이래 첫 노조 탄생, 내년 임단협 주도권 향방 주목노조, 금속노조 가입 추진으로 노사 갈등 예고수주 호황 속 파업 가능성 관측도… 경제적 손실 ↑
  • ▲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삼성중공업
    ▲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에 첫 현장직 노동조합이 출범하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설립 취지가 노동 환경 개선인 만큼 앞으로 노사 간 협의점을 찾는 과정에서 전에 없던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노동조합은 전날 출범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설립 신고증은 이달 5일 이미 교부받은 상태다. 노조는 노조원 규모를 키워 조직화한 뒤 올 하반기 중 금속노조에 가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삼성중공업에는 이미 사무직 노조가 설립돼 활동하고 있지만 현장직 노동자로 구성된 노조 설립은 1974년 회사 창립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설립을 주도한 최길연 삼성중공업노조 위원장은 “2016년 9월부터 현재까지 사측과 산업재해 관련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노동자 권리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노조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한 직영과 협력업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노조 가입을 독려하는 등 조합원 수를 늘려 연내 금속노조 가입을 추진, 노동 환경과 처우개선에 나서겠다는 목표다.

    주목할 점은 임금협상 등 사측과 주도적인 노동자 대표 기구로 어느 단체가 주도권을 잡게 될 지다.

    그동안 삼성중공업에는 사무직 노동자를 위한 사무직 노조만 있었고 삼성중공업의 현장직 노동자들은 그동안 ‘노동자협의회’를 통해 임금협상 등을 진행해왔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까지는 노동자협의회를 통해 마무리하고 세를 불린 뒤 내년부터 노조가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새 노조 설립을 계기로 앞으로 삼성중공업이 노사 갈등에 따른 진통을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선업계는 제조업 가운데서도 강성 노조로 이름 높은 업계다. 특히 금속노조 산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은 사측을 상대로 한 고강도 투쟁으로 유명하다.

    특히 동종업계 노조와 연대 투쟁을 벌이거나 상위단체인 금속노조 파업에 동참하는 등 회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파업 행위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가뜩이나 현장직 인력난을 겪고 있는 삼성중공업 입장에서는 경제적 타격을 입을 위협거리가 생긴 것.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중공업에는 그동안 임금 등 단체협상을 해온 노동자 협의체가 존속하고 있기 때문에 노조가 어떤 방식으로 세를 늘릴지 주목되는 상황”이라며 “만약 노조의 계획대로 금속 노조 가입 후 노조가 사측과의 단체 협상 주도권까지 가져올 경우 이전에 없던 투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수주 호황에 힘입어 약 3년치 일감이 확보된 상태다. 지난달 기준 수주잔고는 147척, 270억 달러(한화 약 34조14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올해 수주 목표는 총 95억 달러 가운데 34%를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