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만주 전환청구권 행사에 주가 희석 우려상장 첫날 237% 급등→시간외 하한가 '반전'대규모 물량에 주가 급락 우려감 커져
  • 첫 '따따블' 달성 기대감에 눈길을 모았던 필에너지가 상장 첫날인 14일 시간외 하한가로 직행했다. 이날 발행주식 수 대비 12%가 넘는 규모의 전환청구권이 행사된 탓이다. 주가 상승 기대감에 투자에 나섰던 개미 투자자들은 상장 첫날 이례적인 대규모 전환권 행사 공시에 공분을 터뜨리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상장한 필에너지는 이날 시간외 거래에서 하한가(-9.95%)를 기록한 10만3200원에 마감했다.

    앞서 필에너지는 이날 정규장에서 공모가(3만4000원) 대비 237% 상승한 11만4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소위 '따따블'에 근접한 수치다.

    상장 첫날 정규장과 애프터장에서 다른 주가 추이를 보인 건 장 마감 후 기관투자자의 전환사채(CB) 주식 전환 공시 때문이다. 

    필에너지는 장 마감 직후인 오후 4시 16분 전환청구권행사 공시를 통해 2021년 2월 AIP자산운용 등을 대상으로 발행한 160억원 규모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CB를 주식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청구권이 행사되면서 앞으로 발행될 주식은 120만29주인데, 이는 발행주식 12.7%에 이른다. 전환 행사 가격은 1만3333원, 이번에 전환된 주식은 이달 26일 상장될 예정이다.

    14일 시간외 종가 기준으로 볼 때 CB 전환을 공시한 AIP자산운용(105만26주)은 943억원의 평가이익이 추산된다.

    다만 이번 청구권 행사는 사전 고지됐다. 필에너지는 상장 전 투자설명서에 전환사채 전환 등에 따른 지분 희석 위험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리 공지가 됐다고 해도 단기 수익을 노리고 공모주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의 경우 투자설명서까지 꼼꼼히 챙겨보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삼성SDI를 주요 고객사로 둔 필에너지가 최근 2차전지 종목의 강세 속에 '따따블' 기대감까지 더해져 주목을 끌었다는 점에서 상장 첫날 대규모 전환 청구권이 실제 행사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최근 거래소는 새내기주에 대해 '따상'(공모가 대비 2배 시초가 이후 상한가)과 같은 이상 현상을 막고자 상장 당일 최대 400%까지 가격 제한폭을 넓힌 바 있다.

    '따따블' 기대주로 주목받던 종목이 상장 당일 대규모 전환청구 이슈로 곧장 주가 급락 리스크가 부상한 셈이다. 실제 17일 오전 10시50분 현재 필에너지 주가는 15.53% 하락 중이다.

    이뿐 아니라 내년 3월부터 매도 가능한 직원 스톡옵션 물량도 남아 있다. 지난해 2월과 5월 부여했던 스톡옵션의 행사 가격은 8110원, 물량은 41만2500주로 총 발행주식총 수의 4.20% 수준이다.  

    다만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81.9%로 높은 편이다. 기존 59.23%에서 대폭 높아졌다. 기간별로 보면 ▲6개월 21.3% ▲3개월 39.6% ▲1개월 19.2% ▲15일 1.9% 등이다.

    한 투자자는 "설마 상장일 전환사채 공시가 나올 것이라곤 꿈에도 몰랐다. 전체 발행주식 수의 12%, 전환가액도 역대급이다. 이건 상식밖의 행보"라면서 "주말 내내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 풀릴 예정인 만큼 당분간 필에너지 주가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한 PB는 "한번에 매도하기엔 주가가 요동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해당 물량을 기관 투자자가 바로 매도할지는 알 수 없다"면서 "행여 물타기 대응 시 당장 비중을 확대하기보단 관망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기존 투자자들은 투자 전략을 다시 짜고, 대응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