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 내년 최저임금 9860원 결정… 월급 206만740원실제 근무시간 174시간인데도 209시간 임금받아경제단체 “일자리 축소 및 기업경쟁력 약화 등 우려”
  • ▲ 2024년도 최저임금이 9천860원으로 결정됐다. 19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 모니터에 표결 결과가 게시돼 있다. 박준식 위원장(왼쪽 두번째)을 포함한 공익위원들이 회의실에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24년도 최저임금이 9천860원으로 결정됐다. 19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 모니터에 표결 결과가 게시돼 있다. 박준식 위원장(왼쪽 두번째)을 포함한 공익위원들이 회의실에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40원 인상된 9860원으로 결정되면서 경제계에서는 기업과 자영업자의 부담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은 시급 1만1832원에 달해 ‘최저임금 1만원’ 후폭풍이 본격화할 것이란 주장이다. 

    19일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5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권고안을 9860원으로 표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보다 2.5% 오른 수치다. 월급(209시간 기준)으로는 206만740원으로 지난해보다 5만160원 올랐다.

    올해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의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 걸린 기간은 110일로 현행 제도상 최장 기록(2016년 108일)을 7년 만에 갈아치웠다. 

    노사 양측 간 인상폭에 대한 입장차가 큰 탓에 이례적으로 밤새 11차례 수정안까지 내며 평행선을 달렸고,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나서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했음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표결로 막을 내렸다. 심의 촉진 구간이란 노사 양 측 협상이 더 이상 어렵다고 판단될 때 공익위원들이 인상안의 상·하한선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상 동결을 주장해왔던 경영계에서는 1만원에 근접한 이번 인상률에 대해 불만과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주휴(週休)수당 포함에 따라 사실상 최저임금은 1만원을 넘어선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주휴수당이란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에게 주말에 일하지 않아도 하루 일한 것으로 보고 줘야 하는 수당이다. 내년도 월급 206만740원은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를 가정한 것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근무한 근로자 입장에선 월 실제 근무 시간은 174시간이지만, 쉬는 날인 토요일도 일한 시간으로 계산돼 209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을 수 있다. 이런 효과를 감안하면 시급 9860원의 최저임금이 고용주 입장에선 사실상 시급 1만1832원의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경제단체들은 규모가 적은 중견·중소기업은 물론 영세 자영업자의 피해가 더욱 클 것으로 보고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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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5%로 인상한 9860원으로 결정한 것은 우리 경제와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한계에 몰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일자리를 유지하고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여파를 우려하는 동시에 최저임금 결정 과정이 개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수출 회복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이번 인상 결정은 우리 상품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신규채용 축소, 해외투자 확대, 자동화 추진 등으로 고용규모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대표성 부족으로 일반 노동자나 대부분 기업의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지역별 생계비 차이가 감안되지 않는 등 여러 문제가 있으므로 임금결정 과정의 대표성을 강화하고 지역별 최저임금을 구분하여 적용하는 등 제도 전반의 개선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산업본부장도 “소규모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금번 최저임금의 추가적인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경영 애로가 가중될 것으로 보이며,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청년층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의 합리적 결정을 위해 생산성과 사업주의 지불능력 등을 고려하고, 업종별 차등 적용 등 현실을 반영한 제도개선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폭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최저임금 결정체계가 개편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총은 “사용자위원들은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바람을 담아 최초안으로 동결을 제시하였으나, 이를 최종적으로 관철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면서 “다만 이번 결정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용자위원들이 최선을 다한 결과로 우리 최저임금이 또다시 고율 인상될 경우 초래될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이 시행될 수 있는 토대 마련과 함께, 그간 소모적 논쟁과 극심한 노사갈등을 촉발해 온 현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등의 제도개선 조치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가 우려되는 중견·중소기업계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줄 것을 호소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는 논평을 통해 “수출 감소, 경상‧재정 쌍둥이 적자 가시화 등 위기가 가중하는 상황에서도 올해 대비 2.5% 인상된 9860원으로 2024년 최저임금안을 도출한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은 기업의 활력을 잠식함으로써 경제 회복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더 많은 일자리와 더 높은 성과를 바탕으로 연구개발(R&D) 등 설비 투자 확대, 해외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많은 중견기업의 도전이 위축되지 않도록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완화할 정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 또한 “중소기업 현장은 저성장·고금리로 지불능력이 저하되어 있고,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경영활동이 위축된 상황”이라면서 “중소기업계가 절실히 원했던 동결수준을 이루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쉬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업종별 구분 적용 시행과 결정기준에 기업의 지불능력을 반영하는 제도 개선이 조속히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