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구축함 놓고 고소·고발전 오너가 代 이은 관계 '삐걱'세 불리기 치열… 5대 그룹 노린다
  • 한화그룹과 HD현대그룹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조선업 인력 확보부터 방산 수주 경쟁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신경전을 펼치던 이들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유출과 관련 고소·고발로 격돌했다.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을 제한하지 않은 방위사업청의 결정을 반박하기 위해 열었던 기자회견에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에 대한 수사 기록을 공개한 것이 발단이었다.

    HD현대중공업은 공개하지 않기로 한 피의자 조서 등을 악의적으로 짜깁기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당사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경찰에 한화오션을 고소했다.

    이에 한화오션도 군사기밀 유출에 대해 강력 대응을 거듭 천명하면서 두 기업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양 사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충초등학교 동창이자 친구 사이를 시작으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까지 대를 이어 각별한 친분을 쌓아왔다. 

    하지만 한화그룹이 지난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1위 조선사인 HD현대와의 갈등이 시작됐다.

    특히 한화그룹은 주력 분야인 방산 분야에서 경쟁사에 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약 8조원이 걸린 KDDX 사업은 한화오션이 한화그룹에 인수된 이후 1년여 만에 도전하는 가장 큰 규모의 함정 사업이기도 하다. 2030년까지 7조8000억 원을 들여 6000톤급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초대형 사업으로 이전까지의 사업과는 차원이 다른 규모다. 
  • ▲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 HD현대 정기선 부회장 ⓒ각 사
    ▲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 HD현대 정기선 부회장 ⓒ각 사
    재계에서는 신흥 라이벌이 된 한화그룹과 HD현대의 치열한 순위 다툼의 단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공정위의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현황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공정자산 83조원으로 재계 순위 7위를 기록했다. 9위인 HD현대그룹(약 81조원)을 약간 앞선다.

    HD현대가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해양산업 분야 종합 솔루션 기업 HD현대마린솔루션 자회사의 상장을 밀었던 것도 이런 연유로 분석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오늘 상장했다. 상장 첫날 시초가는 공모가 8만3400원보다 43.8% 높은 11만9900원에 형성됐다. 시총은 약 5조원대 수준이다.

    앞서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달 25~26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모주 청약에서 255.8대 1의 경쟁률을 기록, 약 25조 원의 청약 증거금이 몰려 올해 IPO 시장 최대 기록을 썼다.

    재계는 이번 HD현대마린솔루션의 성공적인 상장으로 HD현대의  HD현대오일뱅크 상장 재추진 가능성도 높게 본다. 석유·화학·정유 등을 맡은 HD현대오일뱅크는 HD현대가 지분 74%를 들고 있는 알짜 자회사다.

    재계 관계자는 "HD현대는 지난 2017년 현대중공업에서 현대건설기계 분리를 시작으로 계열사 분리를 통해 덩치를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한화그룹도 지난해 한화오션을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5대 그룹으로 꼽히던 롯데가 최근 힘이 빠지면서 이 자리를 노리는 재계의 움직임이 감지된다"며 "당분간 재계서열이 엇비슷한 두 기업집단의 자존심 싸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