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원 부회장 주도… 사업 재편 속도SK이노 및 자회사 맥킨지 컨설팅 의뢰"효율화 추진… 지분 유동화 병행"
  • SK그룹이 사업 구조 개편에 착수했다. 지난해 말 최창원 부회장이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은 이후 계열사 전반의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빠르면 상반기에 개최되는 확대경영회의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비주력 사업은 줄이고 배터리와 반도체에 집중할 전망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달부터 격주로 열리는 토요 사장단 회의를 통해 사업 구조 개편 작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6년 6월 확대경영회의 이후 7여 년 만에 '서든 데스(돌연사)'를 재언급하며 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 이에 최 의장은 SK그룹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및 효율화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주요 계열사에서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중복 투자 및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 계열사 중 최근 5년 내 매각, 투자유치 또는 상장한 회사가 20여개, 지분 유동화가 가능한 계열사도 10여 곳에 달해 이에 대한 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 컨설팅도 의뢰한 상태다. SK는 이르면 다음달 건네받을 맥킨지 보고서와 SK이노베이션 및 9개 자회사에 설치한 ‘경쟁력강화 태스크포스(TF)’의 제안 등을 토대로 사업 재편 방향을 수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당장 이차전지를 필두로 한 그린사업에 손을 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계열사간 중복 투자로 시너지 창출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중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 사업을 벌이고 있고 석유화학 기업 SKC의 자회사 SK넥실리스는 또 다른 배터리 소재인 동박을 생산하고 있다.

    때문에 지분 매각 대상 기업으로 SKIET와 현금 흐름이 좋은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 SK인천석유화학, SK이노베이션과 중국 배터리 기업 EVE에너지의 합작법인 등이 거론된다. 이를 통해 SK온에 힘을 실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함께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 매각 검토를 공식화했으며 SK㈜는 동박 제조사 왓슨 모회사 론디안왓슨 2대주주 지분(30%) 매각을 추진 중이다. 동남아 자산 매각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빈그룹 지분 6.1%와 베트남 재계 2위 마산그룹(9.5%)을 비롯한 7개사 지분이 매각 대상이다.

    다만 SK는 파이낸셜 스토리의 업그레이드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최태원 회장이 2020년 확대경영회의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등 기존 재무 성과 뿐 아니라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경영 목표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의미한다. 이를 기반으로 고객, 투자자, 시장 등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공감을 이끌자는 전략이다.

    장동현 SK 부회장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진행된 SK㈜ 주주총회에서 "사업들을 정리한다는 건 과장된 표현"이라며 "파이낸셜스토리를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수적으로 현재의 상황을 보면서 각 사별로 다시 사업 리뷰를 하는 과정에 있는 중"이라며 "파이낸셜스토리에 대해 리뷰를 하고, 어떻게 업그레이드할 지에 대한 논의가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