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예비심사 청구 검토…8월 청구시 연내 '코스피 입성' 폐기물자회사 7곳 합병…경영효율성↑ 기업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10조? '무리수'…차입·부채·이자 '10년래 최대'
  • ▲ SK에코플랜트 수송 사옥. ⓒSK에코플랜트
    ▲ SK에코플랜트 수송 사옥. ⓒSK에코플랜트
    기업공개(IPO)를 위한 SK에코플랜트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 일환으로 계열사간 합병을 추진하는 등 그동안 미뤄왔던 사전작업을 차근히 이행중이다. 친환경·에너지기업으로 연착륙한 만큼 업계 관심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체질전환 과정에서 악화한 재무건전성이 IPO 추진에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가 연내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월까지 예비심사를 청구하면 최종상장까지 통상 4개월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연내 코스피 입성이 가능해진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트스위스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SK에코플랜트는 주관사 선정이후 IPO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듯했으나 코로나19 장기화와 기준금리 상승 등으로 증시가 내리막길을 걷자 동력을 상실했다. 공모액 목표달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SK에코플랜트는 IPO 추진을 무기한 연기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장에서 SK에코플랜트가 연내 상장 출사표를 던질 것이라는 관측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SK에코플랜트 측은 "구체적인 상장시기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면서도 "시장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월부터 SK에코엔지니어링이 연결자회사로 편입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에너지 등 계열고객 기반을 회복하는 한편, 신규사업 매출기여도 늘어나고 있어 점진적 외형성장세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뿐만 아니라 건설기업에서 환경·에너지기업으로 전환이 순항하면서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솔루션 전문기업으로 사업구조 전환을 추진중인 SK에코플랜트 노력이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에너지와 환경부문이 외형성장을 견인했고 전체 영업이익에서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등 체질개선은 성공했다는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최근 친환경 폐기물 관련 자회사 7곳을 합병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하반기 상장추진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경영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SK에코플랜트 100% 자회사인 대원그린에너지는 △그린환경기술 △이메디원 △디디에스 △새한환경 △도시환경 △제이에이그린을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대원그린에너지는 2018년 SK에코플랜트가 사모펀드(PEF) 운용사 E&F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인수한 업체다. 7개사 합병기일은 9월1일이다.

    SK에코플랜트 측은 "이번 합병은 볼트온(Bolt-on) 전략에 따라 인수한 7곳의 폐기물 소각 및 매립업체를 모아 통합관리기업을 세우는 것"이라며 "그간 분산 운영됐던 소규모 환경기업들을 통합해 운영을 효율화하고 시너지를 창출해 환경사업 본연의 전문 사업역량을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볼트온 전략은 동종업계 기업을 인수해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거나 연관업종 사업체를 인수해 회사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2020년이후 3조3000억원가량을 투입해 환경과 연료전지, 해상풍력, 폐기물처리 등 사업다각화를 추진해 왔다.

    이로써 SK에코플랜트는 포트폴리오에 구축한 주요 친환경사업영역을 폐배터리, 신재생에너지, 폐기물처리 등으로 정리하고 각영역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가진 대형사들을 둘 수 있게 됐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 상장 프로세스에서 관건은 친환경자회사들 기업가치"라며 "친환경자회사에 대한 교통정리는 상장직전까지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SK에코플랜트가 목표로 삼았던 기업가치 10조원은 무리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외형성장으로 SK에코플랜트가 실적은 개선됐지만 여전히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라고 보기에는 '시기상조'이기 때문이다.

    2020년이후 일련의 사업다각화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을 지출하면서 플랜트부문(SK에코엔지니어링) 분할 및 지분 매각, 1조원 규모 자본조달 등에도 불구하고 차입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1분기 별도 기준 SK에코플랜트 차입규모는 △2020년 7016억원 △2021년 1조5338억원 △2022년 2조7618억원 △2023년 2조7696억원 순으로 지속 증가했다. 3년새 2조원가량 불어나면서 1분기 기준 10년새 최대치로 악화했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2020년 58.7%에서 올해 117%로 뛰었다.

    차입증가로 부채규모도 6조6192억원으로 10년새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부채비율도 281%로 가중된 상태다. 차입금 및 부채증가는 이자부담으로도 이어져 1분기 기준 10년새 가장 많은 469억원 이자비용을 지급했다. 전반적인 차입 부담은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채무부담 증가로 유동성도 악화했다. 1분기 유동비율은 76.0%로 2021년 1분기 107%, 2022년 1분기 102%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도 지난해 1분기 1조1079억원에서 올해 7254억원으로 34.5% 줄어들었다.

    염동환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올해부터는 블룸에너지 지분매입을 포함해 인수합병 등에 투입될 자금규모가 2020~2022년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자금소요가 지속하면서 이익창출력 대비 다소 과중한 수준의 재무부담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부동산경기 하락에 따른 건설부문 현금창출력 축소 가능성, 사업다각화 전략 및 적극적인 투자기조 등을 고려할 때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SK에코플랜트 측은 "전사 사업계획에 맞춰 전략적으로 투자한 건으로 차입규모는 관리 가능한 범위"라며 "환경·에너지사업 밸류체인 완성을 위한 전략적 투자는 대부분 마무리가 됐다. 재무구조 개선 및 내적 성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3월 자본조달을 위해 상장전 지분매각(pre-IPO)에서 8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현재 SK에코플랜트 시가총액은 장외주식시장에서 2조6614억원 규모다. 업계에서는 최대 5조~6조원까지 기업가치를 인정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