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시너지 낮고 양사간 체급차 커서 '비현실적'우 회장 "새우가 고래 삼키는게 아니라 고래가 고래 삼키는 것이다"작은 기업이 큰 기업 삼키는 보아뱀 전략 성공 드물어
  • ▲ 우오현 SM그룹 회장. ⓒSM
    ▲ 우오현 SM그룹 회장. ⓒSM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HMM 인수전 참여를 선언하면서 인수·합병(M&A)의 효과와 명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두 그룹 간 규모 격차가 크고 인수로 인한 시너지 효과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우오현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HMM 인수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HMM 인수 후보로 거론된 곳 가운데 긍정적인 인수 의사를 밝힌 것은 SM그룹이 처음이다.

    하지만 해운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이기 때문이다.

    보통 M&A를 통해 더 큰 생산성이 확보되거나 자회사 편입과 신규사업으로 인한 사업구조 개선과 확장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HMM과 SM그룹 간 인수합병에선 이 같은 시너지 효과를 낼지 미지수이기 때문. 오로지 몸집만 부풀리는 M&A가 되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컨테이너 사업에 치우친 사업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온 HMM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SM상선과의 결합으로 인한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SM상선은 선대규모 12척, 지난해 운송실적은 6만8000TEU인데 반해 HMM은 선대규모는 74척(컨테이너선 기준)에 운송실적은 81만8000TEU이다. 우 회장의 그림대로 SM상선과 합병시킨다고 하더라도 글로벌 선사의 대형화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규모다.

    SM그룹 내 벌크선사인 대한해운도 있으나 양사 모두 벌크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벌크사업 확대와 같은 효과는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은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사이클 산업이다. 코로나19 효과로 이미 한 차례 호황이 지나간 HMM 입장에서는 업황과 상관없이 안정적인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다각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다양한 물류 시너지가 가능한 인수후보 현대차그룹, 포스코그룹, CJ그룹, LX그룹과 비교해 SM그룹으로의 인수는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SM그룹이 워낙 다양한 사업을 영위해온 곳이다 보니 HMM 인수로 해운업 강화에 나선다는 게 진정성에 의문이 드는 면이 없지 않다”며 “국내에선 작은 기업이 큰 기업을 인수하는 ‘보아뱀 전략’이 통한 사례가 극히 적다. 인수 자금뿐 아니라 경영정상화, 투자 등 막대한 지출을 감당하기 벅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간 체급 차이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말 HMM의 자산총액은 25조8000억원으로 자산순위 19위인 반면 SM그룹은 16조5000억원으로 30위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영구채(2.6조) 전환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하면 최대 7조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우 회장이 인수 적정가로 밝힌 4조5000억원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