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PGGM, 올해 투자 대상 기업 제외 명단 발표분산탄, UN 등서 사용 금지… 한화, 2020년 사업 매각“K-방산 발목 잡을까 우려… 리스크 해소 대안 마련해야”
  • LIG넥스원과 풍산이 글로벌 투자 큰손의 블랙리스트에 등재되는 불명예를 안게됐다. 비인도적 살상무기를 생산·판매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연기금 운영기관 네덜란드 사회보장기금(PGGM)은 LIG넥스원과 풍산을 올해 투자 대상 기업 제외 명단에 올렸다. PGGM은 네덜란드 2위 연기금 운용사로 한해 운용자산만 2290억 유로(한화 약 320조원)에 달한다. 

    이들은 LIG넥스원과 풍산이 비인도적인 무기를 판매한다는 점을 들어 투자 제외 이유로 꼽았다. 양사는 분산탄(집속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분산탄(집속탄)은 큰 포탄 속에 수백 발의 작은 포탄이 들어있는 대규모 살상무기다. 

    타이머에 의해 폭탄이 공중에서 터지면서 작은 폭탄이 넓은 지역에 퍼지는 효과를 낸다. 축구장 3개 넓이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민간인 피해 가능성이 높아 국제 사회는 분산탄을 비인도적 무기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은 분단국가란 이유로 가입하지 않았지만 국제연합(UN)은 2010년 집속탄 개발과 사용을 금지하는 집속탄금지협약(CCM)을 발표하기도 했다. 

    해외 주요 연기금이나 투자 펀드는 무기 생산 업체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뒤 투자를 줄이는 추세다. 특히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엄격히 따지는 유럽에서는 이 같은 살상무기 생산 업체에 대한 투자를 아에 금지하고 있다. 벨기에·아일랜드·이탈리아·룩셈부르크·뉴질랜드 등 5개국은 집속탄 업체에 대한 투자를 막고 있다. 프랑스 연금준비펀드, 노르웨이 정부연금, 스웨덴 연금펀드, 네덜란드 공무원연금, 덴마크 공적연금, 호주 퇴직연금 등 다수의 유럽 공적 연기금도 집속탄 업체에게는 투자를 할 수 없다. 

    실제 양사는 PGGM 뿐 아니라 세계 3대 연기금 중 하나인 네달란드 연금자산운용 APG와  네덜란드 최대 연기금 ABP, 뉴질랜드 슈퍼펀드 등의 투자배제 대상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양사의 투자 블랙리스트 등재가 황금기를 맞은 한국 방위산업에 발목을 잡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영업과 설비투자 등 기본적 기업활동은 물론 국내외 기관투자자 유치가 되지 않으면서 수출금융을 위한 해외 차입이 원활치 않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당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등 ESG 리스크 해소를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한화는 2020년 선제적으로 분산탄 사업을 물적분할해, 이듬해 특수법인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KDI)를 설립하고 관련주식을 매각한 바 있다. 분산탄 사업 매출은 ㈜한화 전체 매출액의 약2%를 차지하던 사업이었다. 당시 한화는 “분산탄 이슈를 해소해 국제사회의 ESG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올해 한화는 PGGM 투자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는 분산탄 사업을 완전히 매각하면서 글로벌 ESG 자금 유입이 가능하게 돼고 기업 가치가 제고 되는 등 긍정적 효과를 내고있다”며 “다만 LIG넥스원과 풍산의 경우 분산탄 사업이 주력사업인 만큼 따로 분리하기가 쉽지 않아 ESG 리스크를 안고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