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100달러 돌파 … 나프타·헬륨·알루미늄 수급 비명석유화학 셧다운, 반도체 공정 마비 … 車 운임·환율 비용 ↑비축유론 고작 1주일 버텨 … 장기화시 전방위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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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일(현지시각)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중 공격을 받은 태국 화물선 마유리 나리호의 모습. 출처=스플래시247닷컴ⓒ뉴시스
이란발 중동 리스크가 다시 한국 제조업의 약한 고리를 건드리고 있다.이란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초강경 메시지 이후 12일(현지시간) 브렌트유는 전장 대비 9.2% 오른 배럴당 100.46달러, WTI(서부텍사스산 원유)는 9.7% 오른 95.70달러에 마감했다. 뉴욕증시도 다우 1.56%, S&P500 1.52%, 나스닥 1.78% 하락했다. 시장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지정학 뉴스가 아니라 다시 비용과 금리를 동시에 밀어 올릴 변수로 받아들이고 있다.문제는 이번 충격이 단순한 고유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은 중동에서 원유의 약70%, LNG의 약20%를 들여오는 구조다. 정부는 국제에너지기구 공동행동에 맞춰 2246만배럴의 비축유 방출에 참여하고, 국내 연료가격 상한제까지 도입했지만, 이 조치는 어디까지나 단기 수급과 가격 급등을 완화하는 장치에 가깝다. 원가와 물류, 보험료, 환율이 함께 뛰는 구조적 충격까지 막아주지는 못한다는 뜻이다.◇유가보다 먼저 아픈 건 나프타·콘덴세이트가장 먼저 비상이 걸린 곳은 석유화학이다. 아시아 석유화학 업체들은 이미 중동발 나프타 공급 차질을 우려해 감산과 가동률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아시아는 매달 약400만톤의 중동산 나프타를 들여오고, 한국은 그중 절반 이상을 호르무즈를 통해 조달하는 핵심 수입국으로 꼽힌다. 실제로 여천NCC는 나프타 원료를 받지 못해 생산을 줄이고 공급에 대해 '포스 마쥬르(불가항력)'까지 선언했다. 우려가 아니라 차질이 현실화한 셈이다.석유화학 업계에 더 치명적인 것은 유가100달러 자체보다 원료 불안이다. 나프타와 콘덴세이트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플라스틱, 합성고무, 합성섬유의 출발점이다. 이 원료가 흔들리면 정유와 석화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장재, 타이어, 도료, 산업용 필름 등 제조업 하류 전반으로 비용이 번진다. 이미 공급 과잉과 저수익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간 국내 석화업계로서는 판가 전가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원가만 뛰는 최악의 조합을 맞게 된다. 업계에서는 중동발 원료 쇼크가 체력 약한 업체부터 먼저 흔드는 악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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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헬륨과 브롬, 車는 알루미늄과 운임이 뇌관반도체는 핵심 공정소재 측면에서 더 민감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는 헬륨과 브롬 등 중동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핵심 소재 공급망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카타르는 전 세계 헬륨 생산의 약3분의 1을 차지하는데, LNG 생산 차질이 겹치며 헬륨 현물 가격은 두 배로 뛰었다. 헬륨은 대체재가 거의 없고 저장성도 낮아, 공급이 줄면 가격이 먼저 뛰고 그 다음 물량 배분이 시작된다. 메모리 호황을 타고 있는 한국 반도체로서는 “수요는 좋은데 공정용 가스와 전력비가 함께 오른다”는 가장 불편한 시나리오를 마주한 셈이다.여기에 고유가의 2차 충격도 겹친다. 유가가 높은 수준에 고착화하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지고, 금리 인하 기대는 후퇴한다. 반도체는 공장 안에서는 산업가스와 전력비, 공장 밖에서는 AI(인공지능) 인프라 투자심리와 밸류에이션이 동시에 흔들리는 업종이다. 실제로 이번 중동 긴장 고조 당일 미국 기술주와 반도체 관련 주가가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이런 구조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업계 관계자는 "이번 이란 변수는 반도체 업계에 생산중단형 악재라기보다 원가 상승과 투자심리 둔화가 겹치는 이중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자동차는 원자재 쇼크가 가장 복합적으로 반영되는 업종이다. 알루미늄 가격은 중동 물류 차질 우려로 4년 만의 고점권까지 치솟았다. 알루미늄은 전기차 경량화, 배터리 케이스, 휠, 차체 부품, 전장 부품에 폭넓게 쓰인다. 대체가 쉽지 않은 소재라는 점에서 가격 급등은 완성차와 부품업체 모두에 직접 부담이 된다. 여기에 중동 항로의 전쟁위험 보험료와 운임 상승, 선적 지연까지 겹치면 부품 납기와 완성차 수출 채산성이 동시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자동차 업계에는 원재료, 물류, 환율이 한꺼번에 겹치는 삼중 압박이다.◇비축유는 시간을 벌어줄 뿐, 공급망 병목은 못 막는다정부의 비축유 방출은 단기 수급 충격을 완화하는 데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하루 원유 소비량을 감안하면 2246만배럴은 영구 해법이 아니라 시간 벌기 성격이 강하다. 더구나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원유 부족이 아니라, 원유와 함께 나프타, 콘덴세이트, 헬륨, 브롬, 알루미늄 같은 핵심 원자재가 동시에 흔들린다는 데 있다. 비축유는 풀 수 있어도 헬륨과 브롬, 알루미늄은 비축으로 해결되지 않는다.업계 관계자는 “한국 산업계의 경쟁력을 가르는 승부처는 유가 자체보다 원가 방어력, 납기 관리, 공급망 복원력에 있다”며 “업계에서는 단기 수급 충격보다 장기적인 비용 상승 압력을 더 무겁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