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모두 컨퍼런스콜서 HBM 사업전망에 쏟아진 관심"향후 5년간 30% 성장 시장"…내년까지 수요 폭발 전망5세대 기술·생산능력·고객사 확보 경쟁 불붙어…진정한 1위 '내년에'
  • ▲ SK하이닉스 HBM3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HBM3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지난 2분기 실적발표를 마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에서 쏟아지는 차세대 D램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관심을 확인하며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경쟁에 돌입한다. 앞서 각자가 HBM 선도기업이라며 한차례 기싸움을 벌였지만 내년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HBM 시장에서 진정한 1위가 가려질 것으로 기대된다.

    2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과 27일에 각각 2분기 실적발표를 마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실적발표에 이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차세대 D램인 'HBM'에 대해 쏟아지는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날 진행된 질의응답 가운데 상당수가 HBM을 비롯해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촉발된 새로운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대한 것이었다.

    ◇ HBM3 유일 생산처 SK하이닉스 '자신감'..."시장 지속 선도"

    지난 26일 먼저 실적발표에 나선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시장 1위 업체로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HBM 관련 쏟아지는 투자자들의 질문에도 SK하이닉스가 가장 앞선 기술력과 품질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설명에 나섰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담당은 지난 26일 컨퍼런스콜에서 "고객사들의 피드백을 통해 보면 타임 투 마켓(빠른 시장 대응 능력), 제품 완성도, 품질 등에서 종합적으로 SK하이닉스가 가장 앞서고 있다고 확인된다"며 "HBM 시장 초기부터 오랜기간 경험과 기술력을 축적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계속 시장을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담당의 말대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기준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는 1위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40%, 마이크론은 10% 점유율로 SK하이닉스 뒤를 잇는 구도다.

    초기 HBM 기술 개발에선 삼성과 마이크론도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SK하이닉스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HBM 개발과 생산능력에 투자를 이어오면서 4세대 HBM인 'HBM3'를 업계에서 유일하게 양산하는데 성공했고 단숨에 시장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상황에서 챗GPT 등으로 AI 시장이 급부상하면서 AI 서버시장 수요도 급성장했고 AI 서버에 필수인 HBM이 각광받았다. 최근들어 이처럼 시장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HBM 시장과 사업 전망에 대한 궁금증이 확대되자 SK하이닉스는 지난 12일 자체적으로 증권사와 기관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HBM 사업을 소개하는 '테크 세미나'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도 HBM시장이 앞으로 얼마나 성장하고 또 이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얼마나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익을 거둘 수 있는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SK하이닉스는 이 자리에서도 "내년 HBM 사업 규모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할 것"이고 "뿐만 아니라 향후 온디바이스 형태의 AI 플랫폼을 위해 엣지 컴퓨팅 수요를 더 자극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의 D램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AI로 촉발된 수요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반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SK하이닉스는 향후 HBM 기술 경쟁력도 선도할 것이라는데도 자신했다. 지난 26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HBM 시장은 2년 간격으로 사이클이 빠르게 바뀌고 있으며 오는 2026년에는 HBM4로 전환할 것"이라며 "양산 품질 등 HBM 시장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SK하이닉스가 향후 시장도 선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HBM3에서의 독보적 기술 경쟁력을 차세대 제품에서도 이어나갈 준비에 한창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 ▲ 삼성 HBM-PIM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 HBM-PIM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메모리 1위 삼성 "우리가 HBM도 우위"...생산능력 2배 이상 확충 '전면전'

    메모리 시장 1위인 삼성전자도 HBM 사업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하며 현재 점유율 40%로 SK하이닉스에 뒤지는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2분기 실적발표에 이은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HBM시장 선두업체로 과거 HBM2를 고객사들에 독점 공급했고 후속 제품인 HBM2E로 사업을 원활히 진행 중"이라며 "HBM3도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용량으로 고객사 주문이 진행 중이며 다음세대 제품인 HBM3P도 올 하반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HBM3 경쟁력을 기반으로 미국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인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유치한 것처럼 삼성도 하반기 출시되는 HBM3 제품을 미국 AMD사에 공급할 것으로 점쳐진다. 원활한 공급을 위해 생산능력도 2배 이상 키운다는 방침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는 이미 전년 대비 2배 수준인 10억 기가비트(GB)중반을 넘어서는 고객 수요를 확보했고 하반기 이후 추가 수주에 대비해 생산성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며 "내년 HBM 생산능력은 올해 대비 최소 2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은 한 발 늦게 HBM3 시장에 뛰어드는만큼 삼성만이 제공할 수 있는 '올인원 원스톱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울 계획이다. 삼성은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 HBM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부터 최근 중요성이 높아진 어드밴스드 패키징, 파운드리까지 제품 생산 모든 과정을 한번에 처리할 수 있어 고객사들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봉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컨퍼런스콜에서 "AI칩 특성상 HBM을 다른 여러 칩과 함께 패키징하는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이 중요해졌다"며 "고객사들은 HBM 메모리와 다른 기능의 칩들을 패키징하고 이를 선단공정으로 양산하는 일련의 과정을 한 업체에 맡기는 것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의 강점이 메모리와 어드밴스드 패키징, GAA공정을 활용한 파운드리 등 모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이 원하는 올인원 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삼성은 메모리 시장 2인자인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선 앞선다는 사실을 부정하며 점유율 공방을 펼치기도 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장(사장)은 최근 "삼성의 HBM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50% 이상"이라며 시장조사기관의 조사가 아닌 실제 HBM시장에서의 삼성 경쟁력을 제시하며 민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삼성과 SK하이닉스 양사 모두 올 하반기와 내년까지 특히 HBM 수요가 폭발하는 시기라는 점에는 의견을 함께 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시장은 향후 5년 간 연간평균성장률(CAGR)이 3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 중에서도 올해와 내년에 AI 서버에 투자하려는 선도업체들의 주문이 밀려들면서 HBM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이란 예상이다.

    결국 HBM시장 최강자 자리는 올 하반기와 내년 사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SK하이닉스가 기술력이나 점유율, 고객사 확보 측면에서 우위를 점한 모습이지만 삼성이 공격적으로 생산능력을 키우고 신제품 출시에 나서는 동시에 최대 고객사들을 적극 공략하기 시작하면 승부는 알 수 없다는게 업계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