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 현지 에너지정책 붐 타고 투자 확대생산기지 구축 및 다각적 협약 체결 속도현 정부, 국내 에너지사업 규제 확대 영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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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광·수소 등 재생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기업들이 동남아시아로 무대를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현지 청정 전력 배치에 속도를 높이면서 미국과 유럽에 이어 선제적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에너지 기업들이 베트남을 새로운 시장으로 낙점하고 투자에 나섰다. 베트남 정부가 에너지 사업에 적극적인 것은 물론 베트남의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서다. 

    SK E&S는 최근 사업 영역을 국내에서 베트남으로 확장했다. 지난달 베트남 호치민에 재생에너지 사업 관련 대표사무소를 열고 본격적으로 현지 신규 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SK E&S는 고성장 중인 베트남 재생에너지 시장을 일찍부터 주목해 지난 2020년부터 남부 닌 투언(Ninh Thuan) 지역에 131㎿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운영해 왔다. 서부 티엔 장(Tien Giang) 지역에서도 2021년 50㎿, 2023년 100㎿ 규모의 해상풍력발전소를 준공해 상업운영 중이다.

    올해 초에는 베트남 내 재생에너지 사업 확대를 위해 현지 기업인 GEC와 합작법인 솔윈드에너지를 설립해 베트남 동남부 떠이닌 지역에서 7.4㎿ 규모의 지붕형 태양광 사업을, 라오스와의 국경 부근에서는 756㎿ 규모의 육상풍력발전소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도 베트남 현지 기업과 협력을 강화해 시장 주도권을 쥐겠다는 방침이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베트남 태양광 제조기업 비나솔라(Vina Solar)에 모듈 외주 생산을 맡겨오며 태양광 비중을 높여오고 있다. 업계는 HD현대에너지솔루션이 향후 증설 설비 및 베트남 등의 위탁 생산 물량을 통해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지난 6월 베트남 현지 화력 발전소 운영사 3곳과 친환경 연료전환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MOU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는 내년까지 친환경 연료 전환 기술·도입 방안 도출에 나선다. 이를 토대로 순차적으로 친환경 연료 전환·암모니아 혼소 발전 등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들이 베트남 진출에 속도를 높이는 데는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을 키우기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태양광·풍력 등 발전소를 세울 부지가 부족한데다 현 정부가 재생에너지 사업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규제를 확대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권 중도 매각과 매매 목적 풍황계측기 설치를 막겠다며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허가기준을 강화한 것이 골자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추진 중인 사업자의 발전사업 인허가 요건과 자기자본 비율도 높이면서 사실상 공급 여건이 어려워졌다는 판단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 베트남에 신재생에너지 붐이 일면서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다. 베트남 정부는 '2050년 탄소 배출 제로' 달성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며 글로벌 기업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간 패권전쟁이 가열되면서 해외 글로벌 기업들도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기고 있는 상황이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5월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을 위해 2050년 최대 6580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베트남에 몰려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에너지 업계 1위 프랑스 토털(Total)을 필두로, 미국의 엑손모빌(ExxonMobil), 일본의 마루베니 등이 베트남 전력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일조량이 많은데다 남북으로 긴 해안에서 연평균 고른 바람이 불어 태양광 및 풍력발전에 최적의 입지로 꼽힌다"며 "국내에서는 국토 면적 한계와 태양광 사업에 대한 정부 주문이 낮은 탓에 기업들도 해외에서의 성장성을 모색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