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광주·충남 지자체서 전수조사 진행동시다발적 조사에 업계 "상당한 부담 느껴"건설사 위축 오히려 시장에 역효과 줄 수도
  • ▲ 경기 파주운정A34 초롱꽃마을3단지 지하주차장 철근 보강공사 현장. 사진=정영록 기자
    ▲ 경기 파주운정A34 초롱꽃마을3단지 지하주차장 철근 보강공사 현장. 사진=정영록 기자
    정부가 다음주부터 무량판구조 아파트 293개소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전국 지방자치단체도 잇따라 관내에 시공중인 건설현장 부실공사 조사에 나서고 있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관리기관 다양화로 각기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경남도는 최근 도내 공동주택에 대한 안전점검 및 정밀진단에 나섰다. 국토부가 조사대상으로 삼은 2017년이후 준공단지는 김해·양산·거제 등에 13곳으로 나타났다. 6곳은 준공됐고 7곳은 시공중이다.

    전날 광주에서는 2017년이후 사용승인된 민간아파트 140개단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2개단지에서 무량판공법이 적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해당단지에 정밀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전수조사를 2013~2016년 승인된 민간아파트 101개단지로 확대할 방침이다.

    세종에서도 조사대상에 부합하는 준공 또는 건설중인 113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무량판구조를 채택한 아파트 1곳을 확인했지만 해당아파트에선 철근누락이 발견되지 않았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같은날 철근누락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도내 LH 발주 아파트 △내포신도시한울마을2단지(임대) △아산탕정LH14단지(임대) △월송행복주택아파트(임대) 3곳과 천안 민간아파트 공사현장 1곳을 찾아 안전점검을 주문했다. 현장에서 김 지사가 민관합동전수조사를 지시하면서 충남에도 무량판 점검 바람이 불 전망이다.

    이같은 동시다발적 조사착수에 대해 건설사들은 부담이 상당하다는 입장이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국토부, 서울시 등에서 경쟁적으로 조사를 하고 있는데 확실한 주체가 정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어느 곳에서는 하자가 아니었다가 다른 곳에서는 하자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자체조사에 착수해도 신뢰도 문제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선제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없다"며 "조사에 협조한뒤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어떤 조치나 대응에 대해 지금 말하기는 곤란하다"며 "조사대상에 포함된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끼리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상황"이라고 했다.

    실질적인 조사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대형건설 C사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주거동까지 조사를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그 구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먼저 정립해야 할 것"이라며 "준공된 아파트 경우 점검강도를 떠나 사생활이나 재산권침해 등 법적 애로사항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토부가 안전점검 및 보강·보수 관련 비용을 '시공사부담 원칙'으로 잡은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해당 관계자는 "시공·설계·감리 등 원인은 어디서 발견될지 모르는데 시공사에 비용부담을 지우는 근거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며 "전국에 수많은 단지가 있는데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형평성·신뢰성·객관성 있는 조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공과 관련한 과도한 불안 조성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심각한 하자가 발견된다면 큰 문제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 같다"며 "상식적으로 무너질 아파트를 건설사가 왜 짓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해당공법은 새로운 방식이기 때문에 익숙지 않아서 실수한 것일 수 있다"며 "너무 안 좋은 쪽으로만 몰아가는 것도 입주민들을 포함한 국민불안을 조성할 수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국토부 차원에서 국민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전수조사와 같은 원론적인 얘기를 꺼내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문제가 된 무량판과 관련해서 단계별로 나눴으면 좋겠다"며 "설계상 하자가 있었다면 시공·감리는 문제가 없는, 그런 원인과 결과를 잘 구분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과도한 불안감은 시장불안 등 역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서정렬 교수는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공포가 아니라면 현재 소폭 반등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다시 꺼질 수 있다"며 "여론몰이식 전수조사는 시공사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현재 공급이나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는데 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전날 오후 세종정부청사에서 '아파트 안전점검 방안'에 대한 브리핑을 열고 "2017년이후 준공된 무량판 적용 아파트들에 대해 지하주차장뿐 아니라 주거동까지 모두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점검 및 보수·보강 비용 등을 '시공사 부담'으로 내세운 것에 대해 "국민안전이 일단 최우선이기 때문에 시공사가 책임을 진다고 이해하면 좋을 것"이라며 "하자원인이 시공에 있었는지 설계에 있었는지 밝혀지면 사후에 시공사가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