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만으론 부족' … HBM 품귀가 파운드리 판까지 흔든다삼성 턴키 전략, 빅테크 일정·검증 부담 덜어줄 카드로 부상
  • ▲ 삼성전자 경기 평택 파운드리 생산 기지ⓒ삼성전자
    ▲ 삼성전자 경기 평택 파운드리 생산 기지ⓒ삼성전자
    글로벌 AI(인공지능) 인프라 투자가 커질수록 반도체 경쟁의 중심은 ‘연산 성능’만이 아니라 ‘공급망 안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HBM(고대역폭메모리) 품귀가 이어지면서 로직칩과 HBM, 패키징을 따로따로 맞추는 방식은 납기와 검증 일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업계에서 삼성전자의 ‘메모리+파운드리’ 일괄 공급 구조가 다시 주목받는 배경이다.

    ◇HBM가 막히면 출하가 멈춘다 … 빅테크가 ‘턴키’로 기우는 이유

    AI 가속기는 로직칩과 HBM이 세트로 움직인다. 로직칩 생산이 가능해도 HBM을 제때 구하지 못하면 완제품 출하가 늦어진다. 여기에 패키징까지 병목이 걸리면 일정은 더 늘어진다.

    그래서 빅테크 고객들은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한 번에 묶어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공급망을 단순화해 납기와 검증 일정을 줄이려는 목적이다.

    삼성은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함께 가진 IDM(종합반도체기업) 구조여서, 고객 입장에서는 로직 생산과 메모리 조달을 패키지로 협의할 여지가 생긴다. 반대로 TSMC는 파운드리 사업자이지만 HBM 같은 메모리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는 않는다. HBM이 귀할수록 ‘한 번에 묶어 받는’ 조달 구조가 매력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바이트댄스·테슬라가 던진 신호 … 결국 “가동률로 연결되나”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자체 AI칩(SeedChip)과 관련해 삼성과 파운드리 협력을 논의 중이다. 이를 통해 “올해 최소 10만개 생산, 최대 35만개까지 확대 가능”, “3월말 엔지니어링 샘플 목표” 등이 거론된다. HBM 등 메모리 공급 가능성도 높다. 

    테슬라는 AI5 설계 마무리·AI6 착수 등 개발 가속을 공개하면서 차세대 칩 생산 파트너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등에서 2나노~3나노 급 선단 공정을 통해 테슬라의 차세대 칩을 생산할 것으로 관측했다.

    실적 측면에서 핵심은 ‘수주 기대’가 아니라 ‘양산 가동률’이다. 삼성 파운드리·시스템LSI는 고정비 부담이 큰 구조여서 가동률이 손익을 좌우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사업부의 지난해 적자를 6조원대로 추산하고, 올해도 2조7000억원~3조5000억원 적자를 예상한다. 

    삼성의 구상은 메모리 호황 국면을 파운드리 수주와 연결해 시너지를 키우는 쪽에 맞춰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턴키’ 전략이 비메모리 반전으로 이어지려면 HBM을 묶은 패키지 딜이 실제 계약으로 얼마나 구체화되는지, 2나노 수율 안정이 고객사 양산 전환으로 이어지는지, 그 물량이 가동률을 끌어올려 비메모리 적자 구조를 흔드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HBM 품귀가 만든 기회가 기대감에서 실적 숫자로 넘어갈지는 가동률과 손익 개선 폭으로 판가름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