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자금 블랙홀 2차전지→상온 초전도체株로포모(FOMO) 연장선… 비이성적 투자에 주가 급등락기대감 의존한 수급 쏠림에 변동성 커져… "투자 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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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이들이던 2차전지에 대한 투자 광풍이 상온 초전도체로 옮겨붙고 있다. 관련 주가가 널뛰는 가운데 수급에 의존하는 테마주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이후 이달 3일까지 서남이 262%, 덕성이 179% 급등하는 등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르게 초전도체로 이동했다. 서남은 단기에 주가가 너무 올라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돼 4일 하루간 거래가 정지됐다.

    그러나 3일 장 마감 이후 LK-99가 상온 초전도가 맞느냐는 진위 논쟁에 불이 붙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반전됐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국초전도체저온학회는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는 LK-99를 초전도체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자 시간외 하한가까지 하락했다.

    이어 직전 거래일인 4일 모비스는 28.3%, 퀀텀에너지연구소에 투자한 벤처캐피털의 최대주주 신성델타테크는 24.7% 급락했다. 대창(-26.0%), 고려제강(-16.6%), 서원(-14.6%), 덕성(-5.3%) 등도 마찬가지였다.

    초전도체 개발 소식에 아직 학계의 입증이 이뤄지지도 않았던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비이성적인 투자 행보 속에 테마주들의 주가가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는 모습이다.

    앞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광풍은 2차전지에서 시작됐다. 연초 이후 2차전지 테마의 상승 기여율은 코스피가 45%, 코스닥이 55% 이상이다.

    증권가에선 2차전지의 열풍이 초전도체로 옮겨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 초전도체 주가 급등은 이에 편승하지 못하면서 촉발된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달 2차전지주 돌풍의 주역이었던 포스코퓨처엠의 8월 일 평균 거래량은 94만6699주로, 전달보다 45.8% 줄었다. 에코프로의 8월 일 평균 거래량도 132만3179주로 한 달 새 10.5% 감소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또한 "최근 2차전지 업종에서 수급이 일부 이탈해 초전도체 테마 관련주로 이동하면서 관련 주식들의 주가 폭등세를 유발하고 있다"면서 "2차전지주 급등락의 피로감이 제2의 2차전지주, 차기 급등주를 찾고자 하는 욕구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기업의 가치나 실적이 아닌 지금과 같은 기대감에 의존한 수급 쏠림이 도리어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키운다는 점이다.

    특히 빚을 내 투자했던 계좌에 대한 반대매매 금액도 급증하면서 주가 추가 하락 우려는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1일 기준 19조7865억원이다. 연중 가장 낮은 낮았던 지난 1월 11일(15조8102억원)과 비교해 4조원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신용잔고율은 수급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한다. 시장 하락 시 반대매매로 인한 추가 하락 가능성이 커지고, 하락 우려에 순매도가 다시 증가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초전도체로 인한 주가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온 초전도체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컸던 만큼 실망감에 따른 매물이 대량으로 쏟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준지 SK증권 연구원은 "초전도체 테마 관련주들 일부에서 강한 모습 나타났으나 해당 테마로 엮이는 모든 기업들이 급등한 것은 아니었고 상한가를 간 종목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부진했다"며 "홈페이지 내 파트너사 무단 도용 의혹 등 뉴스플로우 흐름에 따라 주가도 요동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조 연구원은 "여전히 기대감에 의해 주가 움직이는 상황"이라며 "현실화될 경우의 파급력이 굉장할 수 있기에 지켜봐야겠지만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전환될 경우 촉발될 수 있는 강한 변동성은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