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기자본 기준 상위 5개사 실적 순위권 다툼 한층 치열1~2위, 3~4위 쟁탈전 양상 탈피…순이익 격차 대폭 줄어상반기 실적 선방 속 하반기 전망 암울…부동산·리테일 관건
  • 올해 자기자본 기준 빅5 증권사들의 실적 순위권 다툼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의 약진한 가운데 수년간 뚜렷했던 1~2위, 3~4위 간 쟁탈전 양상이 깨지며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당기순이익 순위 지각변동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기자본 상위 5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는 상반기 1조8332억원의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1조5146억원) 대비 21% 증가한 수치다.

    2분기 당기순익 합계는 7542억원으로 채권운용 손실이 대거 반영됐던 전년(6641억원) 대비 14%가량 늘었지만 직전 분기(1조790억원)와 대비해선 30% 줄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대규모 충당금 반영이 예견된 가운데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회사별로 보면 뚜렷했던 증권사별 순이익 격차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2위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선두권 싸움,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의 3~4위권 경쟁구도 속에 수천억원대 순익 격차가 났었지만 최근엔 다른 양상이다.

    상반기 기준 당기순익 규모는 한국투자증권(4311억원), 삼성증권(4042억원), 미래에셋증권(3795억원), NH투자증권(3667억원) 순으로, 순위권 변동이 치열한 가운데 순익 차이는 최대 600억원~최소 200억원가량에 불과하다.

    특히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의 약진이 눈에 띈다. 

    상반기 기준 당기순이익 4042억원을 기록하며 2위에 오른 삼성증권은 1위인 한국투자증권(4311억원)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부동산 PF와 CFD 충당금 500억원이 반영된 탓에 2분기 순이익은 1515억원으로 전분기(2526억원) 대비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컸지만 1분기 두드러진 실적으로 다시금 미래에셋을 앞질렀다. 자기자본 기준 대형사 5곳 중 삼성증권이 미래에셋을 앞선 건 지난 분기에 이어 두 번째다. 

    특히 2분기 순수탁수수료(1279억원)가 반영되면서 브로커리지에서도 2분기 연속 강점이 부각됐다는 평가다.

    NH투자증권의 진격도 매섭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삼성증권에 밀려 2위를 기록했지만 2분기 기준으로 NH증권은 182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빅5 증권사 중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올렸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모두 직전 분기 대비 1000억원 가까운 순익 감소세를 보였지만 NH증권은 불과 15억원 줄었다. 

    이는 기업금융(IB) 분야 선전에 따른 관련 수수료 수익이 1173억원으로 직전 분기 219% 상승한 덕분이다. 반면 CFD 충당금은 200억원으로 타사 대비 미미한 수준이다. 

    부동의 자기자본 순위 1위인 미래에셋증권은 체면을 구겼다.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건 이 회사가 유일하다. 상반기 순익 규모로는 3위지만 2분기(1409억원) 기준으로는 4위다. 해외 부동산을 비롯한 투자 자산 투자 손실이 컸던 영향이다. CJ CGV 전환사채(CB) 실권 물량 평가손실도 타격을 줬다.

    다만 투자 자산 충당금 반영으로 인한 실적 부진 속에도 외부위탁운용관리(OCIO)시장에서의 경쟁우위, 해외법인 성과 등을 토대로 OCIO 기금 약 8조9000억원, 연금자산 약 30조원 돌파하는 등 상반기 기준 총 고객예탁자산 40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사 가운데 고객예탁자산 400조원을 돌파한 건 미래에셋증권이 유일하다. 

    5위인 KB증권은 상반기 252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브로커리지와 세일즈앤트레이딩(S&T) 수익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대비 36% 늘었다. 다만 충당금 반영 등으로 2분기 순익(1103억원)은 전분기 대비 22% 줄었다. 

    증권업계의 상반기 실적이 선방한 가운데 하반기 실적 전망에 대한 우려감이 나온다. 특히  부동산 투자 등에 대한 리스크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증권사의 대손비용 발생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실물경기 둔화와 해외 상업용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 지속으로 부동산PF 및 해외투자건 추가 부실화 위험이 존재하고 연체율 관리를 위한 대출채권 상각이 이뤄질 경우 충당금 전입 및 대손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부동산 리스크가 여전히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레버리지 영업이 위축되고 있다"면서 "거래대금 호조는 유지되고 있어 리테일 강한 증권사가 유리한 시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