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수출·경제심리·고용 지표' 긍정 평가한경연, 올해 경제성장률 1.3% 전망…"경기 반등 어려울 것"政 '상저하고' vs 민간 '상저하저'…경제 전망 엇갈려韓경제, '위기 or 회복' 갈림길…중국發 리스크 관리에 달려힘 얻는 탈중국…"수출다변화·질적 경쟁력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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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경기가 바닥을 지나 올 하반기에 반등한다는 '상저하고' 전망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민간 전문가들은 '상저하중'조차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등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1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월별 변동성은 있지만 반도체 등 수출물량 회복, 경제심리와 고용 개선 흐름 지속 등으로 경기둔화 흐름이 일부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지난 2월 그린북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고 판단한 이후 7월까지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처음으로 경기둔화 흐름이 완화됐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전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전망치인 1.5%를 그대로 유지했다. 연간 경상수지 전망치도 164억 달러 흑자에서 313억 흑자로 두 배 가까이 상향하는 등 경기가 저점을 지나고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와 KDI가 비슷한 전망을 내놓은 것은 반도체 수출 감소 폭이 둔화되고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개선되는 데다, 취업자 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수지는 지난 6월 11억3000만 달러 흑자로 플러스 전환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16억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도 6월보다 2.5포인트(p) 오른 103.2를 나타내고, 향후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인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6월 기준 전달보다 0.3p 오른 98.8을 기록하는 경제심리도 개선되는 모습이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년 전보다 2.3% 상승하는 등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 폭을 보였다. 이런 지표들로 인해 정부와 KDI가 '상저하고' 전망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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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민간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전혀 다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같은 날 '3분기 경제동향과 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3%로 집계됐다"며 "금융위기(2009~2011년)와 코로나19(2020~2021년) 등 위기가 닥쳤던 기간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지난달 올해 경제성장률을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는데, 한경연은 이보다 더 낮은 1.3%로 전망, 우리 경제를 더욱 비관적으로 봤다. 한경연은 "연내 경기 부진 흐름을 반전시키기 힘들 것"이라며 '상저하고'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최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1.3%로 하향하고, 국제통화기금(IMF)도 기존 1.5%에서 1.4%로 하향 조정하는 등 대내외 기관들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이에 더해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미비하고 국제유가 불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우려 등도 우리 경제의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우리 경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정부와 KDI도 '중국 리스크'만큼은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그린북을 통해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에 대한 기대감과 제약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며 "통화긴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 원자재가격 변동성 등 불확실성이 지속된다"고 우려했다. KDI도 전날 "중국의 경기 부진이 심화되거나, 글로벌 물가상승세 확대로 주요국의 금리인상이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컨트리가든(비구이위안)의 로고 ⓒ연합뉴스
    ▲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컨트리가든(비구이위안)의 로고 ⓒ연합뉴스
    실제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0.3% 하락, 2년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등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공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7월 수출도 1년 전보다 14.5% 감소한 데다, 소비, 고용 등의 지표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더해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컨트리가든(비구이위안)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겪는 것도 우리나라 경제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현지시간) 컨트리가든의 디폴트가 2년 전 발생한 에버그랜드(헝다그룹)의 디폴트보다 충격이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보도했다. 컨트리가든이 헝다보다 4배 더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기 지표들이 수렁으로 빠지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를 뜯어고치는 이른바 '탈(脫) 중국'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14일 "한국 경제는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큰 폭의 성장을 보인 중국 특수에 너무 익숙해 있다"며 "중국에 대한 수출이 줄어드는 것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 문제만은 아니다. 이제는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큰 변화없이 중국을 업어 타고 이익을 얻던 시절이 끝나고 있다"며 우리나라 시장을 일본이나 중국 등 다른 시장과 합쳐 키우는 '제4의 이코노미 블록'을 제안했다.

    정부가 '상저하고'라는 장밋빛 전망에 사로잡혀 기존에 하던 식으로 예산이나 금융기관의 저리 대출 등의 수출 지원, 재정이나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정 국가나 품목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을 수록 리스크가 큰 만큼 새로운 시장 개척 등 수출 다변화가 필수라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25일 '한국 경제의 다섯 가지 모나리자 모호성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 대확산 이후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화되며 대내외 여건의 사소한 변동에도 국내 경기가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우리 경제가 회복하기 위해서 △기술·인적자본 등 질적 생산요소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잠재성장률 제고 △내수지향적 고부가 서비스업 육성을 통해 높은 해외의존도 개선 △수출 지역 및 품목 다변화 전략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