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위 시민대표단 56%, 소득보장안 선택여야, 극명한 입장차 … 합의 과정 난항 예상출산율 하락에 기금 소진 시점 3~4년 앞당겨질듯
  • ▲ 주호영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 주호영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30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진행한 연금개혁 공론화 결과와 다시 계산한 재정 추계를 공개하는 가운데 여야가 설문조사 결과 선호도가 높았던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편안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연금특위에서 '공론화 의제 대안 재정추계' 결과를 보고한다. 정부의 재정추계에 따르면 개혁을 추진할 경우 연금 고갈 시점 등은 늦출 수 있지만, 보험료 의무가입 연령 등을 높일 경우 효과는 상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공론화위는 500명의 시민대표단을 꾸려 소득보장안과 재정안정안 두 가지 연금개혁안을 놓고 조사를 진행했다.

    소득보장안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늘리고 보험료율을 13%로 높이는 방안이고, 재정안정안은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되 보험료율은 12%로 올리는 방안이다.

    소득보장안을 채택하면 기금 고갈 시기가 2055년에서 2061년으로 6년 늦춰진다. 재정안정안은 2062년으로 7년 늦춰진다. 보험료도 13%, 12%로 비슷하게 오른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은 소득보장안이 50%, 재정안정안이 40%로 10%포인트(p) 차이가 난다. 

    시민대표단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56.0%는 소득보장안을, 42.6%는 재정안정안을 선택했다.

    부담과 기금 상황은 비슷하지만, 혜택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 시민대표단은 소득보장안을 더 많이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시민대표단이 도출한 결과를 토대로 여야는 합의안을 마련해 입법 과정을 거쳐야한다. 국민의힘은 재정안정안을, 민주당은 소득보장안에 무게를 두고 있어 합의 과정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는 '재정추계 실무단'을 꾸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장래인구추계'를 국민연금 장기 재정전망에 반영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재정을 추계하는 과정에서 '2021년 장래인구추계'의 중위가정을 활용했으나, '2023년 장래인구추계'에선 기존보다 합계출산율 전망치가 더 떨어지자 이를 다시 반영해 계산한 것이다.

    국민연금 재정 추계(2021년 장래인구추계 기준)에선 2030년 합계출산율 전망치를 0.96명으로 가정했는데, 최근 나온 '2023년 장래인구추계'에선 이 수치가 0.82명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5차 추계에서 수지 적자와 기금 소진 시점이 각각 2041년, 2055년으로 3~4년 앞당겨졌다. 이번 재정추계에서는 시기가 3~4년 더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재정안정이라는 당초의 연금개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이 가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 ▲ 국민연금.ⓒ연합뉴스
    ▲ 국민연금.ⓒ연합뉴스
    이날 여야는 '더 내고 더 받는' 개편안을 두고 대립했다. 여당은 미래 세대에 재정 부담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안에 따르면 지금 태어난 친구들은 40살이 되면 본인 소득의 43%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왜 소득대체율 50% 안은 소득보장안이고, 소득대체율 40%는 재정안정안이라는 표현을 쓰나. 재정안정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다는 느낌이고 소득보장은 개인의 입장이 고려된다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야당은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국가 책임을 이행하는 안이라고 옹호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숙의 과정에서 참여 초기보다 소득보장안에 대한 의견이 높아졌다"며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에 대해 명확해졌다는 것이 큰 의미"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정태호 의원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제공된 자료로 학습하고 토론을 통해 최종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 24일 연금연구회는 입장문을 내고 시민대표단 투표 설문의 공정성과 타당성에 문제를 지적하며 재투표를 주장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장) 등이 참여하는 연금연구회는 시민대표단이 숙의 과정에서 학습한 내용이 "편파적이었다"며 시민대표단의 재투표가 필요하다고 했다.

    연금연구회는 소득보장안은 재정안정안에 비해 누적적자를 2700조 원쯤 증가시키는데 숙의과정에서 이같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금연구회는 "소득대체율을 10%p 더 올리면서도 보험료는 단 4%p만 올리는 안을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라고 표현하고 있다"며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면서 보험료율을 6%p 인상해도 재정 안정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게 2023년 5차 국민연금재정추계의 핵심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연금연구회는 "향후 10년 이내에 태어날 세대는 보험료를 5배 더 부담해야 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70년 192.6%에 달한다"면서 "연금개혁의 목적은 기금소진 시점의 6~7년 연장이 아니라, 70만~100만명이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연금을 20만명이 태어나는 현세대와 미래 출생 세대가 어떻게 감당하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