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약세 지속… 거품 논란 속 中부동산 업계 연쇄 디폴트 우려부동산, 中경제의 25% 차지… 부실 현실화시 파장 클 수밖에 없어韓도 불안… 3월말 부동산PF 대출잔액 131.6兆, 연체율 2.01% 급증경제전문가 "고금리 지속에 새마을금고·저축은행발 부실 뇌관될 수도""PF대출 너무 막으면 4~5년뒤 주택 공급 부족·집값 인상… 미분양이 관건"
  • ▲ 중국 베이징의 건설 현장.ⓒ연합뉴스
    ▲ 중국 베이징의 건설 현장.ⓒ연합뉴스
    중국 매출 1위 부동산 개발기업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일파만파 확산하는 가운데 불똥이 부동산 신탁회사 등 금융권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일각에선 연쇄 디폴트 위기를 넘어 자칫 중국발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우리도 방심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다. 경제전문가들은 고금리 상태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공산이 큰 가운데 새마을금고나 저축은행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우려된다는 견해다. 다만 일각에선 우리의 경우 미분양 주택 감소세를 고려할 때 부동산 PF 대출을 너무 옥죄면 4~5년 뒤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4분 현재 1331.75원이다. 전 거래일보다 6.85원 오른 채 거래 중이다. 미국의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이 지속한 데다 중국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우려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도 상승 압력을 받았다.

    최근 글로벌 핫이슈로 떠오른 비구이위안 사태는 디폴트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비구이위안이 헝다보다 4배쯤 많은 부동산 프로젝트 물량이 있어서 디폴트 현실화 시 중국 부동산 시장에 끼칠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각) 유타주에서 열린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중국의 경제 문제를 언급하며 '시한폭탄'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행사 성격을 고려할 때 반(反)중국 정서를 고려한 표현으로 해석되지만, 일각에선 현재 중국 경제의 심각성을 잘 드러냈다는 의견도 적잖다. 중국은 최근 수출·입 실적이 감소세인 데다 지난달에는 소비자물가지수(CPI)마저 0.3% 하락하며 디플레이션(수요 부진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 2021년 중국 3대 부동산 개발기업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의 파산 위기로 거품 논란이 촉발된 이후 연쇄적인 부동산 개발기업의 디폴트 위기가 부동산 시장 붕괴를 가속해 중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원양집단(시노오션)이 내년 만기 예정인 금리 6%짜리 어음 2094만 달러(279억 원쯤)의 이자를 갚지 못해 홍콩증권거래소에서 채권 거래가 중지됐다고 전했다. 이 업체는 앞으로 30일 이내 이자를 못 갚으면 부도를 맞는다.

    전날인 13일에는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가 비구이위안보다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들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현금 수입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현금흐름보상비율이 비구이위안은 지난해 말 기준 93%였는데, 비구이위안보다 이 비율이 낮은 허징타이푸그룹(KWG·15%)이 지난 4월 말 이미 디폴트를 선언했다는 것이다. BI는 현금흐름보상비율이 각각 35%와 63%에 그친 야쥐러(애자일), 신청(시젠) 등 건설사의 채무 상환능력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디폴트 도미노 현상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제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에서 부동산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25%쯤으로 크다고 지적한다. 부동산에 돈이 묶여 있는 중국인들이 부동산 시장 위축에 소비를 줄이면 무역에도 악영향을 끼쳐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우리 부동산 시장이 경제 부흥 과정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했듯이, 지난 20년간 중국이 부동산 개발에 투자를 엄청 많이 했다. (부동산)가격이 18배쯤 올랐다"면서 "부동산 시장 부실이 현실화하면 파장이 클 것"이라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비구이위안발 우려가 나올 만한 상황"이라면서 "중국의 경기 개선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부동산 개발업체 중) 채무 부담을 중심으로 어려움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실질적인 위험요소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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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각에선 중국의 상황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만은 없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국내 부동산 PF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해외 부동산 투자 자산에 대한 부실 위험도 불거진 상태여서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31조6000억 원 규모다. 지난해 12월 말 130조3000억 원에서 3개월 만에 1조3000억 원이나 불었다. 같은 기간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19%에서 2.01%로 0.82%포인트(p) 급증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이 지속해서 늘어나고 연체율도 2%를 넘어섰다는 것은 사업장 곳곳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다세대·다가구 주택과 관련해 새마을금고발 PF가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권 교수는 "새마을금고는 대출한도가 있지만, 금융위원회의 감독 권한이 닿지 않는 데다 법인이 아니어서 인수합병도 안 된다"면서 "연합체 성격이어서 법인 하나만 문을 닫는 수준이 아니라 연쇄 부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도 불안하긴 매한가지다. 권 교수는 "저축은행 이자가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운데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상반기는 돼야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내년 하반기에나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금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분양 주택이 늘어난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권 교수는 제2금융권 부실을 잘 관리한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 PF 대출 부실은 당장 큰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우려되는 부분이 분명 있지만,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미분양 주택"이라며 "미분양이 늘고 있다면 PF 대출이 문제 된다. 고금리 상황에서 이자 부담이 감당 안 되기 때문이다. 수분양자가 중도금이나 이자를 내지 못하면 건축비 조달이 어려워져 부동산 건설 부문이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권 교수는 "(다행히) 현재 미분양은 줄고 있다"면서 "부동산 PF 위험이 제기되면서 금융권에서 PF 대출을 안 하는 분위기인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나중에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권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PF 대출마저 막히면 착공이나 인허가 물량이 줄면서 4~5년 뒤 주택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오를 수 있다. 이를 대비해야 한다. (재무지표 등이) 건전한 회사를 대상으로 PF 대출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성 교수는 "우리 부동산 PF가 문제가 없다고는 말 못 한다"면서 "기본적으로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특히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성 교수는 "중국은 부동산 전 영역에 걸쳐 리스크가 있다. 그동안 관리가 약했다"면서 "그래도 우리는 상대적으로 (중국보다) 관리를 해온 편"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비구이위안이 촉발한 중국 부동산개발 기업의 연쇄 디폴트 위기는 중국 부동산 신탁회사 등의 유동성 위기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자칫 중국발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