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내년 파운드리 신공장 가동 개시계획 1년 연기 TSMC "美 인력난 원인" 지적40년 넘는 인텔 텃밭서 외면받는 TSMC… "연봉, 워라밸 인텔이 월등"美 텍사스 삼성, 전면전 피했지만… SK, 애리조나 투자 검토 '변수'로
  • ▲ TSMC 미국 애리조나 신공장 조성 공사 현장 전경 ⓒTSMC
    ▲ TSMC 미국 애리조나 신공장 조성 공사 현장 전경 ⓒTSMC
    미국 애리조나 지역에 공장 신설에 나선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와 인텔이 반도체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맞붙었다. 가뜩이나 미국 내 반도체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인데다 두 거대 기업이 한 지역에서 인력 확보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TSMC가 더 열세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파운드리업계 1위인 대만 TSMC와 3위 인텔이 미국 애리조나에 신공장 건설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벌써부터 신공장에서 일할 인력을 구하기 위한 물 밑 쟁탈전이 시작되고 있다. 

    우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TSMC다. TSMC는 당초 내년 중엔 공장을 완공하고 본격적인 양산에 나설 계획을 세웠지만 최근 이 같은 계획을 철회하고 이듬해인 오는 2025년 완공 후 양산을 시작한다는 새로운 계획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TSMC는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현재 TSMC 애리조나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는 현지 노동자들 사이에선 TSMC의 인력 운용 정책에 대해 반발하며 노동조합까지 조성된 상황이다. 이에 앞서 TSMC는 미국 반도체 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숙련노동자의 부족'을 꼽으면서 대만 현지에서 인력을 데려와 공장을 세팅하는데 활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전하기도 했다.

    대만 기업으로선 최초로 미국 내에 생산시설을 갖춘 기업이 된다는 TSMC의 장밋빛 청사진과는 달리 본격적인 공장 가동에 훨씬 앞서 인력 확보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애리조나 지역 특성 상 사막이 많고 인구밀도가 낮은데, 여기서 숙련된 기술을 요하는 반도체 기술자까지 확보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는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더구나 이 지역에 또 다른 반도체 기업인 인텔도 신공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텔도 애리조나 공장에 300억 달러(약 40조 원)를 투입해 승부수를 걸었다. TSMC 신공장과 불과 80킬로미터(km) 거리에 인텔 공장이 위치한다. TSMC 애리조나 공장 완공이 1년 미뤄지면서 당초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했던 인텔과 비슷한 시점에 공장 가동이 시작돼 두 기업이 여러모로 맞붙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텔은 이미 애리조나 지역에서 40년 넘게 생산공장을 운영하며 지역사회와 공생관계를 구축했다. 이 지역 인재 양성 산실인 애리조나 주립대 등 지역 대학과도 이미 오랜 기간 협력관계를 이어오며 인력을 조달받고 있는 상황이고 인텔도 장학금이나 인턴쉽, 연구·개발 시설 기부 등으로 지역 인재 양성에 조력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연봉 등 급여에 있어서도 인텔과 TSMC는 격차가 크다. 대졸자 초봉 기준 인텔은 6만 달러(약 8000만 원) 수준이고 평균 연봉은 15만 달러(약 2억 원)인데 TSMC는 대만 기업 평균 초봉에 따라 인텔의 거의 절반 수준에 초봉이 형성돼있다. 평균 연봉도 인텔의 절반 이하를 밑도는 220만 대만달러(약 9200만 원) 수준이라 최근 대만 본사에서도 연봉 인상을 추진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을 정도다.

    게다가 미국 애리조나 지역 인력들 사이에서 TSMC 기업문화와 근로 환경에 대한 평가도 좋지 않다. 야근이나 초과근무가 당연시 되는 대만 기업 특성이 미국 공장에도 고스란히 이어질 수 밖에 없는데다 직위와 상관 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는 미국식 의사소통 구조와는 달리 상명하복식 소통 구조가 익숙한 TSMC 문화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현재 TSMC가 미국에서 확보하려는 인력만 8000명 이상이다. 향후에도 추가적으로 라인이 신설되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당장은 대만에서 인력을 파견해 현지 장비 셋업과 초기 가동까지 급한 불을 끈다는 계획이지만 결국은 현지에서 인력을 조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TSMC가 미국 인력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고 나서면서 텍사스 테일러시에 신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미국에 패키징 공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아직 미국 어느 지역에 공장을 신설할지를 정하는 단계에 있는데, 애리조나 지역도 후보 지역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져 인력난 문제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행히 삼성은 인력 경쟁에서 다소 벗어난 테일러 지역에 신공장을 추진하고 이미 인근 오스틴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면서 지역사회, 학교 등과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어 TSMC 수준의 인력난을 우려하지는 않는 상태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도 미국에서 점차 사업 규모를 키워가면서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수 밖에 없고 미국 인력시장 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일찌감치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