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은행 상임감사 금감원 퇴직자 독차지3년 임기·연봉 수억… 성과연동 주식까지내부통제 기대 어려워… "낙하산 제동 걸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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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은행권에서 금융사고가 속출하자 행내 내부통제 업무를 총괄하는 '상임감사'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은행권 상임감사직은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보니, 이들이 내부통제 업무 관련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조차 의문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BNK부산‧DGB대구‧BNK경남‧전북‧광주 등 5대 지방은행의 상임감사직은 모두 금감원 출신들이 맡고 있다.

    먼저 지난해 700억원대 횡령사고가 터진 우리은행 감사직은 장병용 전 금감원 저축은행감독국장(2020년~2022년)에 이어 현재는 양현근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맡고 있다. 올해 560억원 횡령사고 발생한 경남은행도 황대현 전 금감원 분쟁조정국장이 작년부터 감사직을 수행 중이다.

    은행원이 자신의 실적을 늘리기 위해 고객 몰래 주식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적발돼 논란이 된 대구은행 감사에는 2021년부터 구경모 전 금감원 업무총괄담당 부원장보가 자리하고 있다. 

    대구은행의 경우 현 구경모 감사 이전 2011년부터 정창모 전 금감원 북경사무소장, 박남규 전 금감원 일반은행검사국 팀장, 변대석 전 금감원 특수은행서비스국장 등 금감원 퇴직자들이 10년 넘게 감사직을 독점하고 있다.

    증권업무 담당 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로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겨 물의를 빚은 KB국민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KB국민은행은 과거 KB사태 이후 한동안 상임감사 자리를 비워놓다가 지난 2019년 주재성 전 금감원 은행업무총괄 부원장을 감사 자리에 앉혔다. 작년 후임으로는 은행담당 부원장보 출신인 김영기 전 금융보안원 원장을 선임했다.

    이밖에 주요 은행들의 감사 자리도 금감원 퇴직자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유찬우 전 금감원 부원장보(신한은행), 민병진 전 금감원 부원장보(하나은행), 고일용 전 금감원 국장(농협은행), 조성래 전 금감원 국장(부산은행), 오승원 전 금감원 부원장보(전북은행), 남택준 전 금감원 광주지원실장(광주은행) 등이다.
  • ▲ 국내 주요은행 상임감사 현황.ⓒ뉴데일리
    ▲ 국내 주요은행 상임감사 현황.ⓒ뉴데일리
    금감원 퇴직자들이 은행 등 금융사 감사로 재취업하는 일은 금감원이 최초 설립된 1999년 이후부터 지속돼 이제는 관행처럼 굳어진 지 오래다.

    일각에선 이들이 금감원 출신인 만큼 내부통제와 관련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제로 이들이 은행에 들어와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당장 실무자가 아닌 임원급 고위 퇴직자가 은행 감사로 부임해 고작 3년 임기 동안 제대로 된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은행에서 3~4년가량 임기를 채우고 수 십억원에 달하는 급여를 챙겨간다. 일부 은행의 경우 감사의 업무성과를 평가해 거액의 성과급과 성과연동주식까지 제공한다. 

    일례로 A 금감원 전 부원장은 지난 2019년~2021년 3년간 B은행 상임감사로 재직하면서 약 20억원가량의 급여 및 성과급과 성과연동주식 총 4785주를 챙겨간 것으로 파악된다. 

    A 상임감사의 보수는 2020년 6억 2600만원(급여 3억 8000만원, 상여 등 2억 4600만원), 2021년 10억 4100만원(급여 3억 8000만원, 상여 등 5억 7700만원, 퇴직금 8300만원)을 받았다. 2019년의 경우 연간 보수 5억원을 넘지 않아 공시가 되지 않았지만, 연 급여(3억 8000만원) 수준을 고려하면 총액이 20억원을 넘어선다. A 상임감사 재임 시절 B은행은 내부통제 부재로 인한 금융사고로 물의를 빚었지만, 성과급은 그대로 지급됐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감원 입장에서 은행 감사직은 퇴직자들을 챙겨주기 위한 재취업 자리 정도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며 "이런 자리에 금감원 출신 인사가 온다고 해서 내부통제 역량이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감사직에는 실제로 내부통제 업무에 전문성이 있는 인물을 기용해야 금융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며 "금감원 출신 인사가 은행 감사를 맡는 관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