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조정 9만명… 빚상환 포기가계대출 사상 최대, 연체율 '껑충'부실기업 속출… 중국발 부동산 리스크
  • 올 상반기 채무조정자가 9만명을 넘어선데 이어 하반기에는 경기 부진 속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개인 뿐만 아니라 기업까지 무더기로 연체율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까지 터질 경우, 자칫 부동산과 금융권을 뛰어 넘어 국가 전체의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 빚 못 갚는 개인 더 늘었다

    16일 국회 정무위 소속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채무조정 신청건수는 지난 6월말 기준 9만1981명으로 반년 만에 지난해 전체 신청자(13만8202명)의 70%에 달하는 채무조정 신청이 접수됐다. 

    채무조정은 더이상 빚을 갚기 어려운 대출자들을 위해 원금 상환 기간을 연장하고 이자율을 조정하는 등 채무감면을 단행해주는 제도다. 연체 시점에 따라 신속채무조정, 개인워크아웃, 프리워크아웃 등으로 나뉜다. 

    양정숙 의원은 "채무조정 신청자수는 연말까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취약계층의 실질 소득이 줄어들고 있고 체감경기 역시 냉랭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최근에는 성실상환자들이 이용하는 소액대출의 연체율까지 올라서 6월말 기준 10.9%까지 높아졌다. 불과 지난 2021년까지만 해도 7%대를 유지했으나 코로나19를 겪으며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가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중저신용자 뿐만 아니라 고신용자도 대출 상환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또 경기 회복속도가 더디면서 대출 부실이 심화될 가능성도 크다. 

    실제 빚 못 갚는 개인이 늘어나는 사이 한 쪽에서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7월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5조4000억원 늘어 4개월 연속 증가했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이 5조6000억원이나 확대됐다. 

    가계대출의 증가는 연체율 상승 및 부실로 연결될 수 있다. 6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의 연체율은 0.29%로 조사됐다. 1년 전(0.17%)과 비교하면 무려 0.12%p나 치솟았다. 
  • ◆ 中企 부실채권 증가 속도 빠르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부실 채권도 빠른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12조6284억원으로 한달 만에 4조5811억원 증가했다. 작년 9월 이후, 10개월 만에 월 기준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이 크게 확대된 데는 코로나19 이후 높은 금리를 감당하면서 운영 자금 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경기 둔화로 중소기업의 경우 대출 연체 우려가 적지 않은데 있다. 신용보증기금은 내년 중소기업 부실률을  올해(3.9%)보다 0.3%p 높은 4.2%로 높여 잡았다. 

    올 9월을 기점으로 코로나19 대출 원금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일몰되며 '부실화'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연착륙 장치 마련에 공을 들여왔으나 이 마저도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기업이 곳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은행권 기업금융 담당자는 기업의 자금수요가 늘면서 은행 간의 기업금융 경쟁도 치열해졌다"면서도 "하반기 중소기업의 부실이 확대되지 않도록 여신 심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고 밝혔다. 

    이미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우리 경제가 1%대 저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높은 가계부채 성장세 속 소비가 위축된 데다 고금리와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부실 우려로 기업들이 설비 및 건설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PF 부실은 언제든 우리 경제에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잔액은 131억6000억원 규모로 연체율은 2%를 넘어섰다.  

    이미 중국에선 매출 1위 부동산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에서 촉발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눈덩이처럼 번지며 중국 부동산 경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는 2분기까지 해외 부동산PF 관련 충당금 적립했으나 국내 부동산PF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전국 미분양을 줄이고 부채 총량을 감축할 만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