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총액 구조조정 거치며 30조→26조 축소올 들어 핵심 계열사 중심 28조원대로 회복IT반도체·친환경 에너지·GME 사업재편 효과박정원 회장, 탁월한 리더십으로 재건 진두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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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그룹이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빠르게 몸집을 키우며 재건에 성공하는 분위기다. 2020년 강도 높은 구조조정 시행으로 축소했던 자산규모도 올해 연말쯤에는 완전한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의 올 6월 말 기준 자산총액은 28조2683억원을 기록했다. 두산그룹의 자산총액은 2020년 30조2010억원에서 2021년 25조9458억원으로 1년 새 4조2552억원 줄었다가 2022년 26조3154억원으로 늘었고 올 들어 상반기에만 1조9529억원이 더 불었다.

    두산그룹의 자산총액 증대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이 주도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6월 말 현재 자산총액이 16조8370억원으로 올 들어 9355억원 늘었고, 두산밥캣은 10조3311억원으로 1조827억원 증가했다. 양사에서만 상반기 2조 이상 자산이 확대했다. 양사는 현재 두산그룹 자산의 75.5%를 담당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두산그룹 자산규모는 연말 29조~30조원으로 불어 2020년 구조조정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그룹은 앞서 3조 자구안 이행으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15위를 유지했던 재계 순위도 2022년 16위, 2023년 17위 등으로 변화한 바 있다.

    채권단과 재무약정 체결 이후 2020년 8월부터 2021년까지 골프장 클럽모우CC(1850억원), 네오플럭스(730억원), 두산타워(8000억원), 두산솔루스(2382억원), ㈜두산 모트롤사업부(4350억원), 두산인프라코어(8500억원) 등 자산과 계열사를 매각한 영향이다.

    두산그룹은 2022년 2월 채권단 관리 조기 졸업 이후 지난해 4월 반도체 기업 테스나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재도약을 알렸다. 발전·에너지 부문과 함께 반도체를 주력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유럽 원전 엔지니어링 자회사 두산밥콕도 1600억원에 처분하는 등 과감한 사업재편을 지속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자구안 이행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가 잘 준비돼 있다는 사실에 자신을 갖고 미래 선점의 기회를 찾자”며 미래사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박 회장은 “우리가 일찌감치 뛰어든 SMR에 대한 전망이 밝고 수소 분야에서 생산-유통-활용 전반에 이르는 밸류 체인을 우리만큼 모두 갖춘 곳은 찾기 어렵다. 협동로봇, 수소드론, 3D 프린팅 등 신사업 분야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세계 일류 후공정 기업을 지향하는 반도체 사업과 전체 제품라인업에 대한 기술을 다지고 있는 가스터빈‧수소터빈 분야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혁신과 성장을 통해 최고의 자리를 계속 지켜내자고 주문하기도 했다.

    두산그룹은 크게 IT·반도체,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첨단산업기계 등 3개 축으로 미래사업군을 재편했다. 2026년까지 수소터빈 3000억원, 해상풍력 2000억원을 비롯해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청정수소의 생산·공급, 연료전지, 수력,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다각적인 투자 계획도 세웠다.

    ㈜두산은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두산로보틱스 등 자회사를 중심으로 반도체·로봇 사업을 그룹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올해 186억원을 시작으로 내년 746억원, 2025년 339억원 등을 전자BG와 디지털이노베이션BG 부문에 투자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퓨얼셀과 함께 SMR·수소터빈·수소연료전지 등 그린에너지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퓨얼셀은 올해 3946억원을 비롯해 내년 2890억원, 2025년 3119억원 등 3년 동안 총 9954억원을 신사업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멈췄던 원전 사업을 회복하며 그룹 재건을 이끌게 됐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윤(尹) 정부의 ‘탈탈원전’ 기조에 따라 지난 5월 6년 만에 공사를 재개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유일의 주기기 제작사로, 조단위 일감을 벌게 됐다.

    두산밥캣은 GME(농업·조경용 장비)를 앞세워 급성장 중인 전세계 ‘하비 파머(Hobby Farmer)’ 시장을 공략 중이다. 두산밥캣은 올해 3196억원, 2024년 3543억원, 2025년 3606억원 등 3년간 1조345억원을 품질 향상, 양산시설 구축, 연구개발(R&D) 등에 투입 예정이다.

    두산그룹의 투자재원 마련을 위한 자금조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 지분 5%(500만주)를 매각해 276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의 두산밥캣 지분율은 기존 51.05%에서 46.06%로 줄었지만,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하게 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확보한 자금을 수소터빈, 그린수소, SMR 등 미래 신사업에 투입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창원 수소액화플랜트는 올해 준공, 향후 최대 4만t의 액화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국내 최초로 준공되는 수소액화플랜트로, 수소의 저장과 운송에 획기적인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두산그룹의 체질개선 효과는 실적 성장세로 나타나고 있다. ㈜두산의 상반기 매출은 9조3194억원, 영업이익은 8502억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21.1%, 53.4% 증가했다. 두산에너빌리티 매출(8조5804억원)과 영업이익(8592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5%, 65.3% 늘었고 같은 기간 두산밥캣의 매출(3조9207억원)과 영업이익(6457억원)도 각각 25.3%, 58%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