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혁신전략회의… 고용허가제 쿼터, 내년부터 12만명 이상으로'장기근속 특례' 신설… 재입국 과정 없이 고숙련 인력 계속 활용중복·유사 규제 삭제… 가이드 따라 선택적 안전조치 가능680여개 낡은 안전보건규칙 개선… '자기규율 예방체계' 확대
  •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1일 안산시 대부도에 소재한 E-9 외국인근로자 고용 어업 사업장을 방문, 배에 올라타 작업환경 등을 점검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1일 안산시 대부도에 소재한 E-9 외국인근로자 고용 어업 사업장을 방문, 배에 올라타 작업환경 등을 점검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외국인력을 활용하는 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인 고용한도를 2배 이상 확대하고, 만성적 인력난을 겪는 뿌리산업 중견기업과 택배·상하차 직종에도 고용허가제(E-9 비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산업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안전보건규칙 680여 개를 전면 개편해 현장 불편을 해소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24일 열린 제4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노동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킬러규제 혁파방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신설된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는 부처별로 현장의 킬러규제들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그동안 다양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이번 킬러규제 혁파방안을 마련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 노동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시대에 뒤처지고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는 과감히 바꾸겠다"고 말했다.
  • ▲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산업 현장 핵심 동력은 '외국인'… 고용한도 늘리고 전문성 키운다

    정부는 외국인력 활용에 있어 가장 큰 제약요소로 꼽히는 사업장별 고용한도를 각 업종 수요를 반영해 2배 이상 키우기로 했다. 제조업은 현행 9~40명에서 18~80명으로, 농축산업은 4~25명에서 8~80명, 서비스업은 2~30명에서 4~75명으로 각각 늘어난다. 

    고용허가제의 전체 규모도 대폭 확대한다. 정부는 올해 4분기(10~12월) 잔여 쿼터 3만 명에 신규 쿼터 1만 명을 추가한다. 내년에는 아예 쿼터별 최대 규모를 초과하는 게 가능하도록 한도를 열어둔다. 외국인력 쿼터는 올해 기준 12만 명이 최대 한도지만, 내년부터는 12만 명에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탄력배정 인력 쿼터는 올해 1만 명에서 2만 명 이상으로 최소 2배 늘어난다.

    지방 소재 뿌리산업 중견기업도 고용허가제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현행 E-9 비자의 제조업 허용 기준은 '상시근로자 300인 미만'이지만, 이제 300인 이상 중견기업도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더해 택배업과 공항 지상조업 등의 상·하차 직종에도 고용허가제를 확대한다.

    정부는 외국인력의 숙련도 향상에도 나선다. 업무 숙련도가 높은 외국인력을 계속 활용할 수 있도록 출국·재입국 과정 없이 근무하는 장기근속 특례를 신설하기로 했다. 현재 외국인력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4년 10개월 동안 근무하면 출국 후 재입국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 개정안을 연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또 외국인력에 대한 직업훈련을 입국 전·입국 후·재직 시 등 단계별로 체계화하고, 훈련 대상 직종과 인원을 늘린다. 기존 재직 시 직업훈련 대상이었던 지게차·굴착기 등의 5개 직종을 확대하는 식이다.

    외국인력 관리체계도 현장 맞춤형으로 재편한다. 외국인력에 대한 현장 수요를 상시 파악·분석하는 '외국인력자문센터(가칭)'을 구축해 허용 업종 등을 신속하게 결정하고, 부처 간 정보연계 등을 통해 고용허가서 등 불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는 일이 없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외국인력이 건설현장을 이동할 때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7종에서 5종으로 줄인다.
  • ▲ 한덕수 국무총리가 9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방문, 투자 애로·규제개선 현장간담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연합뉴스
    ▲ 한덕수 국무총리가 9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방문, 투자 애로·규제개선 현장간담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연합뉴스
    ◇낡은 규제 대거 혁신… '실효성'은 늘리고 '현장 애로'는 줄이고

    정부는 현행 680여 개의 낡은 안전보건규칙을 전체 검토하고 이를 개선하기로 했다. 정부는 앞선 3월 70여 명의 산업안전보건 현장 전문가로 구성된 '법령정비 추진반'을 출범했다. 그간 21차례 회의를 열어 정비과체를 도출해 왔다. 올 연말까지 추가 개선과제를 발굴할 예정이다.

    전체적인 개정 방향은 필수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규정은 포괄규정으로 놓고, 나머지는 '자기규율 예방체계'에 따라 유연하게 선택적 안전조치를 내릴 수 있게 고시와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 현장에서 사용하지 않는 '통나무 비계' 등을 다룬 뒤처진 규제들은 삭제한다. 부처 간 중복되거나 유사한 행정 절차가 반복되는 규제들도 손본다.

    정부는 지난 6월부터 14차례 '찾아가는 규제개선 간담회'를 열고, 여기서 발굴한 과제들을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산업안전 분야에서 80개의 과제를 발굴했고 이 중 50개를 개선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업에서는 공장 내 비상구를 설치할 때 법령 간 기준이 달라 효율적 배치가 어렵다는 의견이 반복해서 제기됐다. 또 동일한 기계와 설비를 도입할 때 같은 서류작업을 반복해야 한다는 애로사항도 나왔다.

    이에 정부는 비상구와 관련해 건축법령만을 준수할 시 안전보건규칙 설치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또 기존에 심사가 완료된 동일 기계·설비의 이전이나 설치 시에는 유해요인 파악 등을 위한 서류 제출을 간소화하기로 했다.

    중소사업장의 재해예방도 두텁게 지원한다. 기술·재정의 두 가지 지원사업 신청 경로를 하나로 통합하고, 즉시 맞춤형 솔루션으로 이어지도록 개선한다. 이를 통해 중소사업장은 다양한 지원사업들을 편리하게 신청하고 빠르게 조치받을 수 있게 된다고 노동부는 설명했다.
  • ▲ 노동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킬러규제 혁파 인포그래픽.ⓒ고용노동부
    ▲ 노동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킬러규제 혁파 인포그래픽.ⓒ고용노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