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주요 수출국 인도, 사탕수수 작황 부진으로 수출 금지 나서설탕 점유율 1위 제일제당, 인도 원당 사용 안하지만 장기적 타격 받을 듯과자, 빵, 아이스크림 가격 도미노 인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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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주요 설탕 수출국인 인도가 설탕 수출 금지에 나서며 슈거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올해 국제 설탕가격은 11년 만에 역대 최고치로 급등한 상태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인도 내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 정부가 오는 10월부터 설탕 수출을 전면 금지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설탕의 원재료인 사탕수수 작황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에 따른 조치다. 인도가 설탕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7년 만이다.

    앞서 인도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설탕 수출량을 통제해왔다. 연 1000만t에 달하던 수출량을 800만t으로 축소했다.

    올해 10월부터는 아예 수출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인도는 브라질, 태국과 함께 세계 3대 설탕 수출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인도가 설탕 수출 금지에 나선 배경은 이상기후다. 설탕 원재료인 사탕수수 주요 산지에서 가뭄이 길어졌다. 인도 설탕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와 남부 카르나타가주의 강수량은 평년보다 50% 적었다. 올해 10월부터 1년간 설탕 총생산량은 전년(3280만t) 대비 3.3% 감소한 3170만t을 기록할 전망이다.

    사탕수수 작황이 부진한 탓에 인도 내 설탕 가격은 지난달 2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원재료인 설탕 가격이 치솟자 식료품 가격도 덩달아 상승했다. 지난달 인도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7.44% 상승했다. 이 중 식료품 물가상승률은 작년보다 11.5% 올랐다. 3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인도의 잇따른 수출 규제로 인해 세계 식량난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국제 설탕 가격 지수는 지난달 146.3까지 치솟은 바 있다. 2012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월부터 제당업계, 설탕수입업계, 식품업계 등과 순차적으로 긴급 점검회의를 열어 설탕 수급 및 가격 상황을 점검해왔다.

    6월부터 설탕가격 안정 조치로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설탕 할당관세 잔여 물량에 대한 적용세율을 현 5%에서 0%로 낮추고, 원당 기본세율도 현 3%에서 0%로 인하하기로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내 설탕 제조사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CJ제일제당(77.61%), 삼양(12.37%), 대한제당(4.26%), 대상(1.96%) 순이다.

    이 중 1위 CJ제일제당 등은 인도산 원당을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국제 설탕 공급량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경우 가격 관련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설탕을 원료로 사용하는 제과, 제빵업체들의 원가 부담도 높아져 과자, 빵, 아이스크림 등 소비자 가격이 줄줄이 오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제당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원당 시세가 당분간 인하될 가능성이 없어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인도의 설탕 수출 금지로 인해 글로벌 시장 원당, 설탕 공급 부족이 심화될 수 있고, 이런 현상이 장기화되면 설탕 업체들 역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